한준호 새로지음발전소 이사장은 지역재생의 대표사례로 일본 요코하마 고토부키초를 꼽았다. 지난 2001년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가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제정한 후 다양한 도시재생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기업 고토랩(koto-lab)은 요코하마 고토부키초를 주목했다. 산업화 시기 일용직 노동자들이 살던 쪽방촌인 요코하마 고토부키초에서는 인구 감소로 빈집이 늘어 한때 8,500개의 방 가운데 빈방이 2,000개가 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토랩은 고토부키초가 요코하마 번화가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빈방을 여행객 숙소로 바꾸기 시작했다. 대규모 토목·건축 자본의 손을 빌리지도 않았다. 건축학과 대학생들의 재능기부와 노숙자들의 노동력을 이용해 빈방은 여행객 숙소로 바뀌기 시작했고 한 해 1만여명에 달하는 여행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한 이사장은 “쪽방이 많은 숙박업소를 건축과 대학생들과 노숙자들이 함께 리모델링해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를 설립했다”며 “시간은 걸렸지만 지역경제가 살아났고 일자리 창출까지 성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성공모델도 설명했다. “청주 중앙극장 폐건물 부지를 문화거리로 조성한 게 대표적이에요. 기존의 예술활동이 많은 지역 특성을 활용해 페스티벌 등 정기행사를 활성화시켰고 차 없는 거리 조성으로 인구 유입을 유도하면서 도시가 풍성해졌죠.” 한 이사장은 이 밖에 전주 풍남동도 낙후된 집들을 한옥마을로 조성한 사례로 꼽았다.
그는 지역재생이 꼭 도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시골농가를 가보면 썰렁합니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젊은 친구들을 그리워하죠. 그래서 ‘놀이터협동조합’ 같은 곳은 제주에서 폐교를 놀이터로 바꾸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만 아니라 성인들도 시골 할머니 집에 가는 것 같은 ‘힐링’ 프로그램도 만들죠. 어르신들은 이들과 소통하는 말 그대로 ‘생(生)’이 되는 것입니다.”
새로지음은 다음달 국내 재생사업의 사례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성공사례도 있지만 여전히 생소한 지역재생이라는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우선 새로지음 회원인 유튜버들과 국내 성공사례를 모아 홍보영상을 제작해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 이사장이 가진 방송능력을 발휘해 방송사와 공동으로 도시재생탐방 다큐멘터리 제작도 기획 중이다. 한 이사장은 “정부와의 세미나와 포럼 등을 통해 지역재생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합심해서 좋은 사업사례가 시도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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