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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머니-'무순위 청약' 의 그늘]'줍줍' 열풍...결국 현금부자 잔치판 되나

청약통장 없어도 성인이면 신청

청량리 한양수자인 1.4만명 몰려

분양가 높아지는데 대출 쉽잖아

현금 동원력 있어야 '줍줍' 가능





# 지난 10일~11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에는 무려 1만4,376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단지 일반분양 물량(1,129가구)의 약 13배에 달하는 인원이 무순위 청약에 뛰어든 것이다.

1·2순위 청약 이후 ‘미계약(부적격자 혹은 계약 포기)’ 물량에 대해 추첨으로 청약 당첨자를 선정하는 ‘무순위 청약’이 청약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는 무순위 청약의 특징 탓이다. 게다가 청약 규제의 잦은 변동으로 인해 부적격자가 늘어나고 강력한 대출 규제로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계약 물량은 점점 늘고 있다. 일반 청약에 비해 문턱이 낮고, 물량이 늘어 당첨 가능성도 높아지니 너도나도 이른바 ‘줍줍(미계약 물량을 줍는다는 은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 극소량에 불과했던 미계약 물량이 급증하면서 무순위 신청이 청약제도를 왜곡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무주택자들이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면 이것이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간다. 현금부자들이 무순위 청약에 뛰어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제도를 강화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유주택 현금부자들에게 쏠쏠한 기회를 제공하는 꼴이 된 셈이다.

◇청약통장 없어도, 유주택자라도 OK…무순위 청약 인기=지난해 말 청약제도가 한층 강화되면서 유주택자나 청약 가점이 낮은 경우 당첨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이 때문에 특별한 자격 조건이 필요없는 무순위 청약은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무순위 청약은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 통장이 없어도, 유주택자라도 신청할 수 있다.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청약 재당첨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단 신청자는 해당 주택이 건설되는 지역이나 해당 광역권에 거주해야 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미계약 물량을 무순위 청약으로 분양받았을 경우 분양권을 1주택으로 본다는 점이다. 미분양, 즉 1·2순위 청약에서 경쟁률이 미달해 남은 물량을 선착순으로 계약한 경우 분양권을 주택으로 보지 않는 것과 다른 점이다.

사실 무순위 청약은 과거부터 존재해왔다. 1·2순위 청약이 끝난 후 개별 건설사가 공지를 띄워 알아서 분양했다. 하지만 대리 줄서기나 번호표 판매, 공정성 시비 등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지난 2월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아파트 단지부터 미계약·미분양분을 ‘아파트투유’에서 청약 신청을 받도록 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나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하는 단지의 경우 미계약·미분양 물량이 20가구 이상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사후 또는 사전 무순위 청약을 아파트투유에서 진행해야 하며 이외의 지역은 자율사항이다. 건설사에서는 이를 분양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한 건설사의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사가 사전 무순위 청약을 선택하고 있다”며 “홍보 차원에서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늘어가는 미계약 물량, 줍줍 나서는 현금부자들=무순위 청약은 최근 들어 미계약 물량이 급증하면서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1·2순위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막상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상당한 물량이 추첨에 부쳐지고 있다. 문제는 분양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결국에는 목돈을 조달할 수 있는 현금부자들에게 혜택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1순위에서 평균 11대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의 경우 무순위 청약물량이 174가구로 일반공급의 41%에 육박했다. 이 단지는 3.3㎡당 분양가가 2,469만원으로 시세에 비해 높다는 평가가 나왔던 곳이다. 84㎡ 기준으로 계약금 등 최소 2억원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무순위 청약이 청약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부터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까지 다양한 사람에게 활짝 열려 있지만 따지고 보면 수억 원에 달하는 목돈을 부담할 수 있는 현금부자만이 무순위 청약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올 초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에서도 현금부자 몰림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단지는 모든 평형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단지다. 예비당첨자를 분석한 결과 20~30대 비율이 약 82%에 달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무순위 청약에 대해서도 무주택자 우선 조항을 넣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법적으로 규정된 1·2순위를 청약하고 남은 물량을 처분하는 방식까지 재단하는 것은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입장이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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