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 짧은 기간에만 누릴 수 있는 벚꽃 구경을 즐기기로 했다. 여의도 벚꽃축제 등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남양주시를 거쳐 청평호수를 따라 양평군까지 이어지는 왕복 200㎞ 코스였다. 호수 주변을 따라 벚꽃 나무가 연이어 있는 데다가 곡선 코스가 많아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 코스를 달리기 위해 선택한 차는 8년 만에 풀체인징된 BMW 뉴 3시리즈다. 이 차는 벚꽃처럼 추상적인 관점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벚꽃 구경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싶었다. 3시리즈는 BMW의 상징 모델이다. 이 차는 퍼포먼스를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우는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기술력, 디자인 등이 응축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CLAR 플랫폼을 사용함에 따라 차체 비틀림 강성 강화, 경량화가 가능해졌다. 운동 성능과 주행 품질까지 대폭 개선됐다.
차 문을 열고 탑승하자 달라진 실내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7세대 3시리즈의 실내는 BMW 감성을 살리는 한편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 디자인을 총괄한 김누리 BMW그룹 본사 디자이너는 “뉴 3시리즈는 정밀함과 우아함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BMW만의 디자인 언어를 적용했다”며 “절제된 캐릭터 라인을 통해 현대적이면서도 간결한 디자인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 최초의 BMW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유일한 동양인이다. BMW는 차량의 실내를 제작할 때 내부 디자이너들의 경연을 펼친다. 이 경연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며 세 번을 이겨야 최종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김 디자이너는 지난 2014년 7세대 3시리즈 실내 디자인 아이디어 경연에서 우승해 전체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됐다. 그는 “디자인을 새로 시작하면 멋있는 이미지를 찾는데 이번 3시리즈는 벚꽃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3시리즈 실내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센터 디스플레이 패드가 운전자의 눈높이로 낮아진 점이다. BMW의 상징과도 같았던 와이드 플로팅 타입의 디스플레이는 대시보드 재질과 통합된 형태로 변경됐다. 그는 “운전자의 불필요한 시선 이동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용자의 편의성에 맞게 산뜻하고 다이내믹하게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BMW 3시리즈에는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가 담긴 에어컨 시스템과 컨트롤 버튼을 적용했다. 에어컨 송풍구는 크롬 재질의 디자인이 감싸고 있다. 단조로웠던 6세대 3시리즈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크기도 커졌다. 신형 모델은 전 모델 대비 전장이 76㎜ 길어진 4,709㎜다. 전폭은 1,827㎜, 전고는 1,435㎜, 휠베이스는 2,851㎜로 커졌다. 그러다 보니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2열 레그룸이 대폭 넓어졌다. 성인이 앉았을 경우 무릎 앞에 주먹이 한 개 반 이상 들어간다. 헤드룸도 주먹 하나 공간이 있다.
차를 몰다 보니 주행보조(ADAS) 기능이 추가된 것이 눈에 띄었다. 이 기능을 사용해보니 기존의 ADAS 기능과 큰 차이점을 보였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뗄 경우 5초가 지난 뒤 노란색 경고 이미지가 떴다. 스티어링 휠 스포크 부분에도 노란색 경고등이 떴다. 이 경고들을 무시하자 ADAS 기능을 해제하고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 계속 차량을 주행하려면 가속 페달을 밟으라는 문구가 떴다.
‘스포츠 모드’로 바꾼 뒤 속도를 더 내자 뉴 3시리즈의 강점인 ‘정숙성’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3시리즈는 이중접합 유리가 적용됐으며 엔진 소음 방지에 큰 공을 들였다. 노면음, 풍절음, 엔진음이 크게 들리지 않았다. 이날 운전한 BMW 뉴 330i 럭셔리 모델에는 운전석과 조수석 측면에도 이중접합 유리를 적용해 최고 수준의 정숙성을 갖췄다. 벚꽃길을 한참 뉴 3시리즈로 달리다 보니 지난해부터 시끄러웠던 화재 사건, 리콜 등 BMW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지울 수 있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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