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기차 선두권 업체인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전기버스가 국내 환경인증을 획득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마쳤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내연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의 진출이 더딘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의 한국 판매총판인 북경모터스는 지난 9일 환경부로부터 저상형 전기버스 ‘그린타운 850’에 대한 배출과 소음 기본인증을 받았다. 대개 환경부 인증 이후 실제 출시까지 2~3개월가량 걸리는 만큼 이르면 오는 7월부터는 BAIC가 만든 전기버스가 국내에 시판될 예정이다.
중국 4대 자동차 회사 중 한 곳인 BAIC는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파트너로 전기차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 중 선두에 선 기업이다. 시장조사 업체 EV세일즈에 따르면 지난해 BAIC는 16만5,000여대를 판매해 미국의 테슬라(22만9,000여대)에 이어 2위로 조사됐다. 이번에 환경부 인증을 받은 ‘그린타운 850’은 BAIC가 한국형으로 특별히 만든 길이 8.5m의 중형 버스다. 중형 버스는 대개 마을버스용으로 사용되며 한국에서는 저상형 버스보다 고상형 버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들어 교통약자들을 위한 대중교통수단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저상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국내 버스 제조사들은 저상형 중형 버스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이 틈새를 중국 기업이 비집고 들어온 셈이다. 실제로 정부가 대형 시내버스에만 적용되던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을 위한 시행령을 중형 버스에도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중형 버스 시장에 대한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전기버스 등 상용차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 안착한 후 승용차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국내 전기버스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4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 둥펑자동차는 신원CK모터스와 손잡고 한국 판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BYD와 하이거 등도 제주와 서울 등 지방자치단체에 전기버스를 납품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생산 업체들의 전기버스보다 중국 전기버스가 1억원가량 싸다”며 “사실 일정 구간을 반복적으로 운행하는 시내버스의 경우 가격이 이 정도로 싸면 당연히 버스 운수 업체들은 중국산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이후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하기로 한 만큼 중국 전기차 기업의 한국을 비롯한 해외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내연기관 기술은 떨어지지만 전기차 기술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한국에서 ‘중국산’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만 걷어낼 수 있다면 중국 전기차가 한국에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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