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15일로 임기 100일을 남기게 되면서 검찰 안팎의 관심은 문재인 정부 ‘2기 검찰’을 이끌어 갈 차기 검찰총장 인사에 집중되고 있다. 문 총장이 최근 간부회의 석상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차기 총장 후보군을 놓고 벌써부터 설왕설래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비(非)고시·비(非)검찰’ 출신인 점에서 차기 검찰총장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면서도 현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의 검찰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전·현직 검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인선은 이르면 다음 달 초 법무부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 천거 준비 작업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장관이 추천위원을 임명·위촉하면 추천위는 장관 등이 천거한 심사대상자들을 심사해 3배수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장관은 이 중 1명을 검찰총장 후보로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문 총장 임기가 7월 하순에 끝나기 때문에 국회 청문회 일정을 감안할 때 6월 말 쯤에는 후보군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두 달 전부터는 검찰총장 인선 준비 작업을 시작해야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조직 내부에서 나올 경우 사법연수원 19기와 20기가 경쟁할 것으로 점쳐진다. 19기에서는 ‘기획통’으로 꼽히는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가장 일찌감치 후보군에 올라있다. 조직 내 신임이 두터운 게 최대 강점으로 검찰의 핵심 보직을 맡고 있지만 야당에게 비판을 받지 않을 정도로 ‘적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해양경찰 수사를 지휘한 ‘특수통’인 조은석 법무연수원장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법무연수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검찰에 쓴소리를 해온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을 강사로 초청하는 폭넓은 행보를 보여 왔다.
20기에는 이금로 초대 수원고검장이 최근 급부상했다.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등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데다, 검찰 최고위급 중에서는 드문 충북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 차관을 역임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현 정부서 금융감독원장 후보에도 거론될 만큼 추진력·친화력이 뛰어나고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밀고 나갈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4파전 양상인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네 명의 후보가 서울대 2명(봉욱 차장·김오수 차관)과 고려대 2명(조은석 원장·이금로 고검장)으로 양분되는 것도 흥미롭다. 서울대 출신이 총장 자리에 복귀할지, 아니면 문 총장에 이어 고려대 출신이 맡을지 여부도 또 다른 볼거리다. 일각에서는 광주 출신인 문 총장의 후임으로 김 차관(전남 영광)이나 조 원장(전남 장성)처럼 호남 인사를 연속해서 임명하기는 청와대도 부담스러울 수 있어 예상외의 후보가 부각될 수 있다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
조직 바깥에선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문화방송(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라는 수뇌부 지시에 반발해 검찰을 떠나 외부에서 개혁적인 행보를 보여온 임수빈(19기) 전 부장검사 등이 언급되지만 검찰 조직의 안정성을 위해 내부출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경우 19~20기 중에서 차기 총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31대 이명재(1기) 전 총장 이후 직전 41대 김수남(16기) 전 총장에 이르기까지 11명의 수장을 임명하면서 두 기수를 뛰어넘은 적은 없었다. 문 총장은 18기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파격적인 인선 스타일을 고려할 때 법무장관과 마찬가지로 총장에도 비검찰 출신을 임명하거나 기수 파괴를 통한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경우 유력 후보는 윤석열(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꼽힌다. 윤 지검장은 대검의 ‘실세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현 정부 기조상 뜻밖의 인물을 기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면서도 “이럴 경우 내부 반발을 추스르기에 역부족이라 장관을 보좌하면서 검찰개혁을 추진할 내부 인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윤경환·이현호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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