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장기재정전망은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 개편을 위한 근본적인 토대다. 앞으로 보험료로 들어오는 돈과 연금으로 나가는 돈이 얼마나 될지 알아야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개편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재정 추계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소득대체율·보험료율 조정 등 국민연금 제도 전반의 계획을 세우는 이유다.
이때 연금 재정전망의 핵심은 인구 추계다. 향후 70년간 국민연금 가입자와 수급자가 얼마나 되는지, 거기서 나오는 보험료 수입과 기본연금액은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하려면 정확한 인구 추계가 필요하다. 기금소진 전까지 기금을 운용해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을 계산하기 위해서도 경제활동참가율과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이 필요한데 이 역시 인구 추계가 있어야 계산할 수 있다. 인구 추계의 정확성이 연금재정 전망의 정확성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불과 3년 전 전망보다 암울해진 ‘2017~2067년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발표했을 때 연금 전문가들이 “국민연금 재정 전망도 지난해 정부 추계보다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발표한 제4차 재정계산은 통계청의 2016년 장래인구추계(2015~2115년)를 토대로 이뤄졌다. 당시 재정추계위는 국민연금 제도가 현행대로 지속되면 적립기금이 오는 2057년에 소진되고 부과방식보험료율은 2060년 26.8%가 된다고 전망했다. 부과방식 보험료율은 적립기금 없이 보험료 수입만을 재원으로 제도를 운영할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이다.
하지만 올해 3월 특별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당시 전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다. 총인구 감소 시점은 2029년으로 기존 추계보다 3년 더 앞당겨졌고 연금수급자 인구를 결정하는 노인인구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시점도 2051년으로 7년 더 빨라졌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50년 뒤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의 비율을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2017년 18.8명에서 2067년 102.4명으로 5.5배 뛰게 됐다. 일해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들고 연금을 받아야 할 사람이 급증하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더 빨리 바닥나거나 소진 후 부과 방식으로 전환했을 때 미래 세대가 져야 할 보험료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 공익위원이자 5년 전 제3차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장이었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가 새로 추산한 국민연금 재정 전망에는 이런 우려가 수치로 현실화됐다. 김 교수가 지난 5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공개한 ‘2019년 인구 추계에 기초한 국민연금 개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새 인구 추계를 반영했을 때 기금소진 연도는 2057년으로 같지만 2060년 기준 부과방식 보험료율은 30.3%로 올라간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40대 초반으로 한국 경제의 허리를 담당할 나이가 되면 버는 돈의 30%를 보험료로 내야 그해 연금액을 충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생산연령인구 급감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의 추산에 따르면 2060년 기준 보험료 수입은 종전의 인구 추계를 반영했을 때보다 10.8%나 감소한다. 2070년 기준으로는 15.2%, 2080년에는 19% 더 줄어든다. 보험료를 낼 인구가 줄면서 그만큼 미래 세대는 1인당 보험료를 더 내거나 연금을 덜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국민연금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오히려 더 높이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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