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해체연구소를 오는 2021년까지 부산·울산과 경주에 분리해서 설립하기로 최종결정했다. 탈원전으로 붕괴 위기게 처한 원전 생태계를 원전해체 산업 육성을 통해 보완한다는 계획이지만 연구의 효율성은 등한시한 채 지역안배만 고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국내 최초 원전 해체 대상지인 고리 1호기 현장에서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2021년 하반기까지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경수로 분야를 맡은 원전해체연구소는 부산·울산 접경지역인 고리원전 내에, 중수로해체기술원은 경주 감포읍 일원에 설치된다. 국내 원전 30기 가운데 26기가 경수로이며 중수로는 4기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원전해체산업의 구심점으로 영구정지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인력양성 기능을 수행한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동남권 등 원전 지역 소재 원전기업의 해체산업 참여도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에 2,400억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산업부측은 “예산안 규모는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으며, 한국수력원자력,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비용을 분담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원전 해체산업은 시장규모가 전세계적으로 5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원전이 453기이며 이 가운데 170여기가 영구정지 상태인 점을 감안해 추산한 것이다. 국내 원전은 2030년까지 11기가 설계수명이 종료될 예정이며 해체시장규모는 22조5,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해체연구소를 두 곳에 나누어 짓는 것에 대해 “중수로와 경수로는 원자로 형태 및 폐기물 종류 등이 서로 달라 별도의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참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전혀 다르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연구시설과 인력을 한곳에 집중해야 효율이 높다”며 “경수로와 중수로를 나누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나누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인력이 수시로 만나면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두 곳으로 나누어서 시설을 만다는 것은 정치적 셈법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원전해체연구소 입지 발표 이후 경북도와 경주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경수로 원전이 중수로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국내 원전의 절반에 가까운 14기가 몰려있는 경북 동해안이 원해연 최적지라고 주장하며 유치전을 벌였으나 결국 경남에 연구소를 빼앗길 꼴이 된 셈이다. 주낙영 경주시장과 “원전해체연구소 전체가 아닌 중수로만 온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 경주시민은 “경주인근에 수많은 원전이 있지만 정부는 정치적 이해관계만 따져 별 수요도 없는 중수로 해체 연구소만 경주에 두기로 했다”며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내달 중 연구소 설립준비단을 출범해 원전해체 참여희망 기업을 지원 및 사전 준비에 나선다. 설립준비단은 연구소 설립 준비를 비롯해 인력 선발, 장비 구입, 기술 실증 등 연구소 역할 일부를 수행할 전망이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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