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을 강조해온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실질적인 변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기계적인 기준을 적용한 성과평가는 지양하기로 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K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선포식’을 통해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의 참여 수준을 평가하는 ‘디지털 지수’를 개발했다. 올 들어 지역 그룹 평가에서 각 지점의 디지털 사용률을 반영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디지털 사용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종이서류 대신 태블릿 PC로 전표나 장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종이 전표 대신 태블릿 PC를 사용하다 보니 고령층 고객이 많은 점포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계적인 디지털 사용률을 올리다 보니 불편을 느낀 고령 고객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 인트라넷에 익명으로 디지털 전환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를 파악한 허 행장은 곧바로 “실질적인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것이지 눈에 보이는 형식적인 것은 필요하지 않다”며 지점별·행원별로 디지털 사용률을 체크 하던 것을 없애고 실적평가 반영도 보류를 결정했다. 조직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종이 없는 창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조직원들의 디지털 마인드 무장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평소에도 젊은 감각으로 변화를 이끌어온 허 행장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생존 과제를 앞에 놓고 어떻게 소프트랜딩 시킬지 주목된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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