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안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 통과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과 함께 ‘공정경제’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역점 과제다. 정부와 여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정해서라도 올해 안에 반드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의지지만 야당과 재계는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는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상법 개정이 처음으로 추진됐던 지난 2013년 이후 벌써 6년째 표류 중인 이유다.
현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을 이끌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생각은 어떨까. 김 위원장은 “전자투표제 의무화나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가장 우선순위라는 데 대해서는 정부 내에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그간의 상황 변화를 감안해 우선순위나 내용을 조정할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정부 안팎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상황 변화’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대표적이다. 그는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상법에 도입하려던 취지는 이사회 제도, 특히 사외이사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였다”면서 “하지만 그런 목표를 보다 유연하게 달성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이 우리 현실에서 가능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진 및 전문성·독립성을 갖춘 이사들과 협의하고, 그 내용이 책임성·투명성 있게 이뤄진다면 이사 제도 관련 내용을 꼭 딱딱한 법률에 담아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잘 작동한다면 굳이 상법으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김 위원장은 ‘기업 옥죄기’라는 우려 때문에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가 막히는 것은 오히려 한국 경제의 발전을 늦추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경제 환경에 따라 (공정경제 정책의) 우선순위나 속도는 조정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개선 과제를 ‘기업 옥죄기’라는 논리로 좌절시킨다면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지배구조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고, 그 의미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 요소가 삼성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보다 크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신뢰하며 인내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을 통해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가 추진되는 데 대해서는 “기업이 우려하는 것은 공정위와 검찰의 중복수사, 그리고 검찰의 별건 수사일 것”이라며 “강제수사와 관련해 별건으로 확대되는 데 대해서는 일선 검사가 아니라 대검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빈난새·한재영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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