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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경영진 교체 고육책에도 운임은 안 오르고 비용 부담만 늘어

내년 2만3,000TEU급 12척 확보

해운동맹 협상서도 제목소리 기대

미국 로스앤젤레스 터미널 내에서 현대상선 컨테이너가 무동력 트레일러에 실려있는 모습./사진제공=현대상선




해운 업계는 현대상선이 처한 상황 자체가 녹록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경영진 교체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비즈니스만 해도 고비용 족쇄에 발목을 단단히 잡혔다. 무엇보다 운임은 오르지 않는데 비용 지출이 크다. 해운업 호황 때 비싸게 용선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의 지난해 평균 운임은 TEU당 773.86달러였다. 2년 전인 2016년만 해도 806달러였다. 점점 오르는 유가도 부담이다. 선박 연료 도입가격은 2017년 톤당 327.06달러에서 지난해 430.34달러로 24%가량 상승했다.

여기에 머스크·MSC·코스코 등 글로벌 대형 컨테이너선사들은 압도적인 선복량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 현대상선을 비롯한 중형 선사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글로벌 6대 선사의 선복량은 지난해 4월 1,485만8,300TEU에서 최근 1,611만6,500TEU로 늘었다. 세계 선복량 점유율 역시 67.8%에서 70.5%로 커졌다. 1위 머스크(약 409만TEU)와 비교하면 9위 현대상선의 선복량(43만6,768TEU)은 10% 남짓에 그친다. 현실적으로 돌파구 마련이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선사들이 낮은 운임으로 화물을 실어주는데 화주 입장에서는 한국 선사에 짐을 맡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질적 문제는 현대상선의 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8년째 영업적자다. 지난 2016년 8,334억원이던 적자 규모는 2017년 4,068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5,587억원으로 다시 커졌다. 회사의 이익결손금도 같은 기간 1조5,128억원, 2조7,180억원, 3조5,893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유창근 전 사장을 경질하고 배재훈 사장을 새 대표로 내세운 것도 가시밭길인 ‘반전 드라마’를 쓰기 위한 최소한의 고육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상선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핵심 컨테이너선사업 총괄로 한진해운 출신의 박진기 부사장을 영입하고 사외이사를 물갈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상선으로서는 내년 2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확보를 앞두고 일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은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유일한 원양 국적선사가 된 현대상선 임직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취임한 새 경영진이 본사와 현장을 오가며 조직 파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어떻게든 조직에 변화를 줘야만 하는 절박함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내년부터 들어오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2만3,000TEU급 선박 12대가 인도되면 선복량이 약 70만TEU로 늘어난다. 오는 2021년에는 1만5,000TEU급 선박 8척이 들어온다. 현대상선은 그 외의 용선도 대형화해 2022년 선복량을 110만TEU로 늘릴 계획이다. 세계 7위인 대만의 에버그린(123만6,686TEU), 6위인 일본의 ONE(153만3,239TEU)와 경쟁해볼 수 있는 규모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해운업의 핵심 중 하나인 해운동맹 협상에서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해운사들은 2M(머스크·MSC), 오션얼라이언스(CMA·코스코), 디얼라이언스(하파그로이드·ONE) 등 동맹을 맺고 혼자 운영하기 힘든 노선에서는 동맹 해운사의 배를 이용한다. 현대상선은 현재 2M과 내년 3월까지 협력하기로 계약이 돼 있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전보다 동맹 가입조건이 훨씬 좋아졌다”며 “내년부터는 현대상선이 반전의 계기를 만들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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