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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R&D 혁신이 국가의 살길이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구윤철 기재부 2차관




오늘날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주력산업인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은 20~30년 전 뿌려놓은 연구개발(R&D)의 씨앗으로부터 거둬들인 과실들이다. 전전자식교환기(TDX)를 시작으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무선휴대인터넷(Wibro·와이브로),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로 이어진 통신기술 개발로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차지해왔다. 지난 1992년 세계 최초로 64MD램을 개발한 후 2016년 1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하며 반도체 산업의 명실상부 세계 1위 자리에 우뚝 섰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국가 R&D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정부는 R&D 투자를 크게 확대해왔다. R&D 예산 규모는 2000년 3조8,000억원에서 올해 20조5,000억원으로 20년 만에 5.5배 증가했다. 외국과 비교해도 국가 총 R&D 투자 규모는 세계 5위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세계 1위 수준, R&D 성과물인 국제특허 건수도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 R&D가 보다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과제에 도전해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간 우리나라 R&D가 선진국을 추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훨씬 더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R&D가 이뤄져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R&D 풍토가 단기적인 성과와 풀기 쉬운 과제에 매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국가 R&D 사업 성공률이 98%에 이른다는 사실에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애초 달성하기 쉬운 과제만을 골라 연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R&D 혁신이 국가의 살길’이라고 깊이 인식하고 있다. 우선 20~30년 전 선배들이 오늘날 우리의 먹거리를 준비했듯이 이제는 우리가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나가야 한다. 정부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확대될 수 있도록 연구평가 제도도 대폭 개선할 것이다. 둘째, 현 정부 들어 추진하고 있는 기초연구를 두 배로 확대하고 연구자들이 주도적·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창의적 연구의 기반에는 기초·원천연구의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R&D 예산의 40%가량을 쓰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상응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자주 접한다. 출연연이 원래 설립 목적과 역할을 분명히 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특화된 연구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결국 장·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도록 선택과 집중의 R&D를 해야 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미친 짓이란 매번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잘못된 관행은 끊고 과감하게 변화와 혁신의 길로 나서야 한다. 모든 국가들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겠노라고 신발 끈을 고쳐매고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R&D 체제를 전면 혁신해 새로운 국가 먹거리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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