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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성장률 전망 하향]1년새 성장률 네번 낮춰…시장선 "금리인하 출구 열었다"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여부' 문구

'통방문'서 삭제…긴축종료 선언

성장률 전망 1년새 네차례 낮춰

이주열 "금리인하 성급…지켜볼것

정부요인 등 빼면 물가 1% 중후반"

디플레이션 우려엔 일단 선그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은 기자실에서 금통위 금리동결 결정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안 좋지만 금리인하까지 거론하기에는 성급하다.’

18일 금융통화위원회 종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올해 1·4분기 들어 소비·투자·수출 등 경제지표가 줄줄이 악화하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등 대외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성장률을 낮추지만 금리 인하로 돌아서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리 인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던 한은의 태도에 분명한 변화가 생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비해 ‘출구’를 열어뒀다”는 것이다.

◇“지켜보겠다” 반복한 이주열=금통위의 태도는 금리 결정에 대한 공식 입장문 격인 ‘통화정책방향’에서 엿볼 수 있다. 통방문에서 금통위는 “소비 증가세가 주춤한 모습”이라고 적시했다. 지난 2월 통방문에서 투자와 수출 둔화를 인정하면서도 소비만큼은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과 대조적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라는 문구를 삭제한 부분이다. 이 문구는 경제성장세가 회복될 경우 ‘금리 인상’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으나 이번에 통방문에서 빠졌다. 통화긴축(금리 인상)의 종료를 금통위 차원에서 공식 선언한 것이다.

이 총재의 발언도 한층 신중해졌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완화 정도의 조정’을 삭제한 배경에 대해 “대외여건·성장률 등을 고려할 때 금리방향성을 사전에 정해놓기보다 대외여건·성장률 등을 지켜보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수출과 관련해서도 “반도체 경기를 각별히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이 총재가 ‘지켜본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며 “지금까지는 ‘매파’적 스탠스를 버리지 않으려 애써 노력해왔지만 이번 금통위를 계기로 완전히 ‘중립’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1년 새 성장률 네 차례 하향=한은과 금통위원들의 경제에 대한 우려는 이날 성장률 전망 하향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갔다. 한은은 우선 우리 성장률 전망의 전제인 세계경제성장률과 세계 교역량 증가율을 낮춰잡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세계 교역량 증가율 하락은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하향했고 내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와 투자증가율도 낮춰잡았다. 특히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기존 2.0%에서 0.4%로 대폭 하향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설비투자는 경기변동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소비보다 막대하다. 한은은 지난해 4월 올해 성장률을 2.9%로 잡은 후 그해 7월 2.8%, 10월 2.7%, 올해 1월 2.6%로 매번 하향해왔으며 이번 금통위에서도 2.5% 등으로 내려잡았다. 불과 1년 새 네 번이나 성장률을 하향한 것이다. 다만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우려는 일축했다. 이 총재는 “최근 저물가는 농산물 가격 하락과 정부의 복지 확대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다”며 “경기와 관련 높은 물가만 놓고 보면 현재 1% 중후반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금리 인하 출구 열었다”=이번 한은의 성장률 하향과 통방문 수정에 대해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이 비록 ‘상저하고’의 경기흐름을 예측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기업들의 투자 부진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도 경기가 살아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대세다. 미중 무역분쟁과 노딜 브렉시트 등 대외여건도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성장률 전망 하향과 통방문 문구 등 한은의 스탠스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된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금리 결정 패턴을 보면 통상 금통위 소수 의견이 나온 후 다수가 소수의견을 따라가는 형식으로 금리정책에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 금리가 변할 것이라는 신호를 충분히 준 다음에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이번 금통위에서 통방문에 변화를 준 만큼 이제 소수의견이 언제 나오느냐가 관건”이라며 “소수의견이 나오면 통상 2~3달 내 금리에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성장률 전망 하향은 당연한 조치”라며 “일단 금리를 동결하되 상황에 따라 인하로 선회할 수 있는 출구도 열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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