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면서 강도 높은 단속도 함께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절반이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위반행위를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단속인력을 핑계로 사실상 일회용 컵 규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본지가 환경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지자체별 커피전문점 일회용 컵 위반 건수 및 과태료 부과액’ 자료를 보면 지난해 집중점검기간(8~12월) 동안 17개 지자체 중 10개 지자체의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위반행위 적발 건수가 ‘0건’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총 단속 건수 41건 중 그나마 서울이 17건(218만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구가 8건(160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경남 7건(44만원) △경기 4건(70만원) △부산 3건(160만원) △광주·제주 1건(50만원) 등이었다. 나머지 지자체의 경우 4개월의 집중단속기간에 단 한 건의 위반행위도 적발하지 못했다.
김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단속할 지자체별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면서도 “단속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지자체별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단속하는 인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단속을 결정한 후 별다른 예산 확충이나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그마저도 단속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무와 병행한다. 또한 담당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서 점검하는 것이 원칙인데다 일명 ‘컵파라치(일회용 컵 사용 사진 제보)’를 통한 과태료 부과도 불가능하다.
일회용 컵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 대부분이 개인 카페 등 소규모 매장이라는 점도 문제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객실 면적이 33㎡ 미만인 소규모 매장의 경우 일회용 컵 사용규제 위반에 따른 벌금이 5만원(1차 위반 시)에 불과하다. 이런 곳은 적발이 어려운데다 위반 시 과태료도 크지 않아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는 정책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에 단속권한이 없어 지난해 8월 초에만 지자체 현장단속에 동행했다”며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와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등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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