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처음으로 공개된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정부안에는 에너지원별 정부 목표가 명시됐다. 현재 발전 비중이 7~8% 수준인 재생에너지는 오는 2040년까지 30~35%로 늘리기로 했고 천연가스의 발전용 에너지원도 역할을 늘리기로 했다. 수소도 주요 에너지원으로 키울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 언급됐다. 반면 석탄의 경우 신규 발전소를 금지하고 노후 발전소를 추가로 폐지하기로 하는 등 발전용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과감하게 축소하기로 했다. 원자력 역시 발전 비중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노후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고 명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에너지 법정 최고 계획에 담기게 된 셈인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무리한 목표 설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국책연구기관도 ‘상당히 도전적 과제’…전기요금 인상 우려=정부가 제시한 재생에너지 목표는 지난해 11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워킹그룹이 권고한 25~40%의 최대 목표치보다는 낮춘 것이지만 정부안의 뼈대를 마련한 국책연구기관조차도 ‘상당히 도전적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 이상 시나리오는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전망보다 높은 증가율을 실현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계통운영과 비용 등을 고려해 한계점은 35%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 같은 목표 달성에 따르는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들이 이번 정부안에는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원전은 ‘절대선’이자 ‘불가침’이고 이 탈원전이라는 꼬리가 에너지 정책인 몸통을 흔든 격으로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원전 없이 적정한 가격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이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0%가 되면 전력계통 교란과 전기요금 인상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 억제책만 강조=이번 제3차 에기본 정부안에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과 함께 강력한 에너지 소비 감축 방안이 담겼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에너지공단 연구팀이 2040년까지 최종 에너지 수요를 산정한 결과 지난 2017년 1억7,600만TOE(석유환산톤·석유 1톤 연소 시 발생하는 에너지)에서 2040년 2억1,100만TOE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활용해 2040년 최종 에너지 수요를 1억1,780만TOE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절감률은 18.6%에 달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급 중심에서 소비구조 혁신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 산업·건물·수송 등 부문별 수요관리를 강화한다. 에너지원 단위 목표 관리를 위한 자발적 협약을 추진하고 고효율 기기·제품 보급뿐 아니라 에너지관리시스템(BEMS·FEMS 등) 확대를 통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등 종합적 에너지 효율 제고에 나선다. 계시별 요금제, 녹색요금제, 수요관리형 요금제 등 전기요금제도도 다양화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요억제책이 국민들의 동의 없이 정부의 의지로만 추진되기 어렵고 전기차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한 추가 전력수요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환경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업종이 많아 산업을 활성화하다 보면 에너지 소비도 늘어나는 구조”라며 “이상기온으로 갑자기 덥고 추울 때 국민들에게 에너지를 사용하지 말라고 얘기할 수도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차질이 생길 때를 대비한 플랜B(보완책)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비 팔아 직원 월급” 원전 업계 성토 쏟아져=공청회에서 본인을 원전 주기기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의 직원이라고 소개한 한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480개의 협력업체들이 장비를 팔아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공무원들은 책상에 앉아서 고민하지 말라”고 말했다. 또 울진군 주민과 탈원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참석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쪽 패널로 참석한 이용환 에너지혁신정책관은 “신규 원전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대해 지역에서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원전 산업 지역·인력에 대한 보완책도 발표한 바 있다”며 “원전 수출을 계속 지원하고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보완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반 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에너지 정책을 뒷받침할 제도나 법제 개편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분산형, 소규모 발전업자들의 증가가 예상되는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전기사업법의 근본적인 개정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논의 등 법제 개편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광우·허진기자 press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