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유력 인수 후보군에 손꼽힘에 따라 SK그룹 내 어느 계열사가 인수에 나설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 결정은 SK그룹 내 최고경영자(CEO) 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담당하지만 인수 주체는 투자형 지주사인 SK㈜를 필두로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 인수·합병(M&A) 주관사로 채택되기 위한 러브콜을 꾸준히 보내고 있다. IB업계가 SK그룹 내에서 가장 주목하는 곳은 지난 2년여동안 3조원이 넘는 금액을 국내외 업체 지분 획득을 위해 투자한 SK㈜다.
SK㈜는 내부에 투자 1·2·3 센터를 두고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 지분 투자 여부 등을 검토하기 때문에 M&A에 최적화된 조직이다. 각 센터는 회계사나 변호사, IB전문가 출신으로 구성돼 있으며 인력은 30~40여명으로 국내 최고의 투자조직이라는 평을 받는다. 실제 3,702억원을 투자한 중국 물류업체 ESR을 비롯해 5,100억원을 투자한 원료의료품 제조 업체 암팩 등이 SK㈜ 투자센터의 면밀한 검토 이후 이뤄졌다. SK㈜가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할 경우 물류와 통신, 항공 마일리지를 통합한 신규 서비스 출시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SK㈜의 지금까지 투자 포트폴리오가 △공유서비스 △반도체 및 부품 사업 △바이오 △에너지 등 4개 부분을 중심으로 이뤄져 이번 딜과 관련해서는 수펙스추구협의회가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또 SK㈜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을 포함한 유동성자산이 7,672억원인 반면 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도 아시아나 항공 인수 주체로 나설 수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 2015년까지 에쓰오일 지분 약 3,200만주(2015년 기준 2조원 상당)를 보유하는 등 항공사와 정유사 간 지분투자 전례가 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유가 변동에 대한 ‘헷지(Hedge)’가 가능하다. 정유업의 경우 원유 도입시기와 정제제품 출시시기 간의 차이인 ‘래깅효과’ 때문에 유가 상승 시 이득인 반면 항공업은 운송료 증가에 따른 부담으로 유가 상승이 악재다. 반면 유가가 내리면 정유업은 울상인 반면 항공업으로서는 호재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4분기 원유 구매 헷지를 통해 6,556억원의 영업외 이익을 기록하는 등 유가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확실한 항공유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자금 규모도 상당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연말 기준 현금성 자산만 1조8,559억원에 단기금융상품은 2조6,719억원, 매출채권은 4조4,597억원에 달한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향후 수년간 조(兆) 단위 투자가 예정돼 있어 항공산업에까지 손을 뻗칠 여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K그룹사 중 자금여력으로만 보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도 인수 가능 후보군이지만 실제 인수 주체로 나서기는 힘들 전망이다. SK텔레콤의 경우 5G 망구축을 위해 연간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무엇보다 ICT 중간지주사 작업이 남아 있어 항공사 인수 추진시 관련 작업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SK㈜의 손자회사라 공정거래법상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한다. IB업계에서는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이 아닌 대한항공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SK그룹의 항공사 인수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최근 투자 행보를 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군 중 첫 손가락에 꼽힐 수밖에 없다”며 “다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수 조원을 추가로 쏟아부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데다 5G와 반도체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등 그룹 내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실제 나설지 여부는 아직 물음표”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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