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마음의 다리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공자 일행이 제나라 변방을 지날 때였다. 일행의 말이 남의 밭에 들어가 보리를 다 뜯어먹자 주인 농부가 노발대발하면서 말을 빼앗아 버렸다. 제자 가운데 말주변이 좋았던 자공이 나서 조리 있게 농부를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공자는 이번에는 마부를 보내 말을 풀어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웬일인지 꿈쩍하지 않던 농부가 화를 풀고 말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다들 마부에게 몰려가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물었다.

“이 고장의 관습대로 ‘형님’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의 말로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자공은 논리적이고 장황하게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대신 그 지역 사투리로 쉽게 말하는 마부의 말이 농부의 마음을 움직였다. 소통은 나와 상대방의 마음에 다리를 놓는 일이다. 눈에 보이는 다리를 놓기도 어렵지만 보이지 않는 다리를 놓기는 더 어렵다. 소통의 다리는 내가 쓰는 말이 아니라 상대방이 쓰는 말이 재료가 될 때 튼튼하게 지어진다.

요즘 TV를 보면 다양한 국가 출신의 외국인들이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보다 더 풍부한 한국 지식을 보여줄 때가 있다. 어디서 한국어를 배웠는지 신통하기도 하고 마치 말을 배우는 아이를 보듯 응원하고 싶기도 하다. 만약 그들이 한국말이 아닌 각자의 언어로 말했다면 이런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을까.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은 정보 전달을 넘어 정서적 유대감까지 갖게 해준다. 한국수력원자력 최고경영자(CEO)로서 어려움 한 가지는 원자력이 전문 분야다 보니 용어부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설명하면 언어부터 생소하고 난해한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해 말 원전정보신뢰센터를 만들었다. 기계·지질·토목 등 7명의 분야별 외부 전문가를 모시고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기술정보와 운영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도움을 받고자 한다. 외부의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를 구성한 것은 원자력의 시야에서 벗어나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보기 위함이다.

또 하나는 원하는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MS) 알리미 서비스다. 가동정지 등 원전의 주요 정보를 지역 주민, 국민, 그리고 언론에 휴대폰 문자 서비스로 신속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원전정보를 유리알처럼 공개해 원자력에 대한 우려와 오해를 씻고 국민과 언론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

소통의 최종 목표는 스스로 더 나아지는 것이다. 스스로를 드러내놓고 공개할 때 나 자신을 정확하게 볼 수 있고 자세도 가다듬을 수 있다. 내가 상대방이 되고 상대방이 내가 돼 서로 이해할 때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다. 원자력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지금부터 부지런히 마음의 다리를 놓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