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의 미국 시장 판매가 가속을 붙이고 있다. G80과 G90의 판매량이 멈칫했지만 스포츠세단 G70이 미국 시장 공략의 효자 모델로 부상했다.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3종의 신차가 더해지는 ‘빅 사이클’에 돌입해 제네시스가 미국 프리미엄(고급) 자동차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2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브랜드는 미국 시장에서 올 들어 가파른 판매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월판매 372대에 그쳤던 제네시스는 올해 1월 1,224대, 2월에는 1,528대까지 급증했다. 3월에도 1,450대가 팔리며 지난해 하반기 평균 판매대수(508대)에 비해 3배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 2014년 북미 시장에 진출한 첫해 제네시스는 약 2만8,000대를 판매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까지 연 2만대 이상 판매하며 순항했다. 준대형 고급 세단인 G80과 대형 세단 G90 두 개의 라인업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하지만 지난해 제네시스 브랜드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주력 모델인 G80이 완전변경(풀체인지) 시기가 도래하며 현지 딜러들과 판매를 두고 마찰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미국 시장에서 1,613대가 팔렸던 제네시스 판매량은 10월 372대까지 추락했다. 1월 1,243대가 팔리던 G80의 경우 지난해 10월 217대까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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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서 내리막을 달리던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량을 급반전시킨 주인공은 스포츠세단 G70이다. 프리미엄 자동차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D세그먼트 시장에 지난해 9월 진입한 G70은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9월 1대가 팔렸던 G70은 12월 229대, 올 1월은 596대가 판매된 데 이어 2월과 3월에는 800대를 넘어섰다. 3월만 보면 제네시스 판매량 가운데 G70의 비중은 56%에 달한다.
미국 시장에서 쏟아진 호평이 G70의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제네시스 G70은 지난해 12월 현지 유력 매체인 모터트렌드에서 “다루기 쉬운 야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한국 브랜드가 모터트렌드에서 올해의 차로 꼽힌 것은 1949년 창간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올해 초 현지 최대 자동차 행사인 북미 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도 2019년 올해의 차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말 이후 제네시스 G70의 판매량이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정의선 현대차(005380) 총괄 수석부회장이 올 2월 캘리포니아주 팰리세이드에서 열린 골프대회 ‘제네시스 오픈’을 직접 찾으며 그룹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보였다. 정 부회장이 다녀간 후 미국 시장에 약 350개의 제네시스 딜러망이 구축되며 판매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또 독자 딜러망도 구축 중이라 제네시스가 미 전역에 더 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상반기를 기점으로 제네시스가 판매 빅 사이클을 맞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노후 모델인 G90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북미에 투입된다. 하반기에는 베스트셀링 모델 G80이 완전 신형으로 등장하고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이 모습을 드러낸다. 내년에는 GV70까지 투입돼 스포츠세단에서 SUV까지 라인업이 5개로 확장돼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포트폴리오가 완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2만대를 넘어 오는 2020년 이후에는 연 4만대까지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출시되는 신형 G80과 GV80이 갖는 신차 효과는 연초 대형 SUV(팰리세이드)를 훨씬 뛰어넘는다”며 “(제네시스 신차는) 내수와 국내 공장에 더해 북미 판매법인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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