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차량공유) 도입을 앞두고 카풀 업체와 보험사가 자동차보험 보장 적용을 놓고 갈등하면서 카풀 안착의 변수가 되고 있다. 개인용 자동차보험을 든 경우 카풀 운전자는 보장을 받지 못하고 영업용 보험은 영업용 택시 등만 가능해 카풀을 하다 사고가 나면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카풀 서비스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사고를 대비한 보험 적용이 필요한데 카풀 업체와 보험사 간 이견이 장기화되면 카풀 확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보험 업계 등에 따르면 보험사와 카풀 업체가 갈등을 빚는 부분은 카풀 사고 발생 시 보험 적용 여부다. 자동차보험 대인배상Ⅱ의 유류비 해석을 두고 두 업계의 해석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카풀 업계는 현재 개인용 차량 보험인 자동차보험 대인배상Ⅱ로 카풀 사고 보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보험을 가입한 운전자만 카풀 드라이버 자격을 얻을 수 있고 소정의 유류비만 동승자에게 제공 받으므로 영업용 차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는 대부분의 자동차보험의 경우 자가용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자가용을 이용한 유상운송행위(돈을 받고 운전하는 행위)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면책 대상이라며 맞서고 있다. 카풀 운전자가 해당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사고 시 개인적 이용이 아닌 돈을 받고 영업을 한 행위로 간주해 상대방이나 운전자·승객 등이 보상 처리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승자가 운전자에게 소정의 유류비 등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유상운송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기는 하지만 택시요금의 70~80% 수준인 카풀 이용료를 소정의 유류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험사는 카풀 운전자가 택시 운전자처럼 영업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거나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카풀 특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카풀 업계는 보험료 인상이 우려돼 수용이 어렵다며 평행선을 가고 있다. 카풀 운전자가 유류비 정도를 받기 위해 고액의 영업용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생업이 아닌 이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풀 업체는 “보험특약 없이 기존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카풀 서비스가 보편화된 미국에서도 이 같은 보험 공백을 놓고 논란이 됐다. 지난 2013년 5세 아이가 카풀 서비스인 ‘우버X’ 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보상을 받지 못했다. 우버 측은 운전자 차량에 승객이 탑승하지 않았으므로 우버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 이것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일부 주에서 카풀 서비스와 관련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보험사들도 우버와 협업해 우버X용 특약을 추가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일단락됐다. 카풀 서비스 확산을 위해서는 카풀 보험 문제가 해결돼야 하지만 카풀 업체와 보험사 간 의견차가 큰 상황에서 조율이 쉽지 않다. 카풀 보험 보장에 대한 전례가 없는데다 카풀 보험의 기준이 될 대타협 협의단의 협의안조차 국회 소위에 계류 중이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기반 카풀 서비스가 시행되려면 보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약이나 별도 보험상품을 개발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며 “업계 간 조율과 정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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