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현지 진출 국내 은행이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유통업에 이어 현대자동차 등도 일부 공장에서 가동을 중단하면서 다시 비상이 걸렸다. 한국 기업을 상대로 대출 자산이나 이익 등이 해마다 조금씩 늘었으나 현대차마저 흔들리면서 이제부터는 중국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력이 실적 희비를 가를 수 있어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중국 법인은 지난달 총행영업부를 개점했다. 현지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아웃바운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했지만 총행영업부 신설을 통해 그동안 취약했던 중국 기업을 겨냥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일부 공장 가동 중단의 여파로 국내 협력업체들도 실적 악화라는 유탄을 맞으면서 돌파구로 중국 기업을 상대로 한 대출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지난 2012년 중국 법인을 설립한 국민은행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의 협력업체 위주로 대출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2016년 사드 사태의 여파로 순이익이 급감해 2017년 11억원에 그쳤다. 그러다 사드 갈등이 진정되면서 국민은행의 지난해 순익은 148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KEB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373억원에서 544억원으로, 신한은행은 81억원에서 219억원으로, 우리은행의 경우 142억원에서 219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가 올해부터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130여곳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이 실적 악화에 내몰려 신규 대출영업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여신을 늘리지 않으면 기존 대출의 부실이 커질 경우 전체 부실률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어서다. 특히 정체된 대출 자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여신을 늘리는 등 현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은행들의 중국 점포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64억달러로 전년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6년 235억4,000만달러에서 2017년 263억9,000만달러로 약 12%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더구나 올해는 자산 규모가 역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국에서 부진하면서 협력업체들도 자금부족·적자전환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1월 지린은행과 손잡고 중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한.통. 체크카드’를 출시하면서 현지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도 이와 맞물려 확대되고 있다”면서 “중국 금융시장이 열릴 가능성도 큰 만큼 철수를 하기보다 현지 영업 강화로 진검승부에 나서야 하는 어려운 시기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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