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매각주관을 놓고 벌어지는 투자은행(IB)의 혈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업계에선 크레디트스위스(CS)가 사실상 내정됐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NH투자증권이 후발주자로 맹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사실상 산업은행이 인수·합병(M&A)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에도 ‘요식’ 공개입찰로 진행이 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고 나오고 있다.
25일 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 33.47%를 매각하는 금호산업은 이번 주 안에 매각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매각 주관사를 거머쥘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이미 CS가 꼽혀 왔다. 과거 한국우주항공(KAI)와 하이닉스에서부터 최근 동부제철까지 CS는 산은이 주도하는 인수·합병(M&A)의 자문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금호그룹 관련 거래도 마찬가지다. 2015년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해 그룹을 재건할 당시와 지난해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했던 거래도 CS가 주관을 맡았었다.
특히 CS IB 부문을 이끌고 있는 이경인 대표는 금호그룹 오너 일가와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다. 노무라증권 출신인 이 대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 인수와 매각, 금호의 대우건설 매각, 또 박삼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각 등도 자문했다. 일각에서는 금호그룹의 의사결정에 이미 오래전부터 CS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도전장을 내민 곳은 NH투자증권이다. NH는 박삼구 회장이 2015년 금호산업을 7,200억원에 인수할 당시 인수금융 3,300억원을 지원했었다. NH투자증권은 산업은행 대신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하겠다는 제안도 금호그룹 측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관사 선정에서 전권을 쥔 금호산업이 CS를 내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제안서 접수등의 절차가 요식행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CS와 NH투자증권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 삼성증권, KB증권 등도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관사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은이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표면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워크아웃 상태가 아닌 정상기업인만큼 매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은 금호산업이다. 하지만 실상 매각을 주도하는 쪽은 산은 등 채권단이다. 또 산은은 이번 1조6,000억을 지원하면서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사들이기로 했다. 일정 기간 상환할 수 없도록 하는 조건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혼합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견제장치다. 이미 23일 아시아나항공의 4,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 발행을 공시한 바 있다. 전환가액은 8,345원으로 전부 전환할 경우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약 18%가량. 이미 잠재적인 주주인 만큼 매각에 관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다만 산은이 주관사를 맡을 경우 채권단과 위치와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어 금융 당국 내부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EY한영은 채권단 실사자문과 아시아나항공 매도 실사 자문을, 그리고 법무법인 세종이 법률자문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주관사 선정이 이후 채권단의 실사가 진행되면서 지난달 감사인 삼일PwC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아 논란을 빚었던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논란의 원인도 밝혀질 수 있다. 이후 매도 실사까지 거치면 빠르면 7월께 인수의향자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