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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믹스, 해외서 배운다]獨 건물신축땐 신재생 난방 의무…시민들은 낮시간 조명 안켜

<상> 에너지전환 공짜는 없다

- 獨 '솔라 시티' 바덴뷔르템베르크州

건물·주택마다 태양광 발전 설치

신시청사는 전력 남아 외부 판매

시민들 에너지시스템 맞춰 생활

비용부담 등 국민설득 나서야

아스트리드 마이어 프라이부르크 미래연구소장이 신(新)시청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 건물은 태양광 패널이 덮여 있어 내부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다. /프라이부르크=강광우기자






지난 11일(현지시간) 찾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 소속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솔라 시티(태양광의 도시)’라는 세계적 명성에 걸맞게 어디든 봄 햇살이 가득했다. 시민들은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자전거로 거리를 오갔다. 햇살을 반기는 건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원형의 신(新)시청사는 도시의 모든 햇살을 빨아들이려는 듯 벽면을 태양광 패널로 촘촘하게 덮어 내부에서 사용할 에너지를 만들었다. 취재에 동행한 프라이부르크 미래연구소의 아스트리드 마이어 소장은 “건물 안에서 사용하는 전력과 열에너지를 모두 사용하고도 에너지가 남아 그것을 외부로 판매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1층 민원실에 가보니 천장 가운데 설치된 대형 유리창을 통해 햇볕이 들어왔다. 인공조명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시내 중심가에서 약 3㎞를 벗어난 곳에 위치한 보방 생태마을에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주택들이 몰려 있었다. 3~4층 빌라 높이의 건물들 위에는 대부분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주택들의 벽 두께는 30~40㎝나 될 정도였고 유리창도 3중창을 설치했다. 에너지 손실을 최대한 막는 ‘패시브 하우스’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주택은 ‘헬리오트로프’라는 원통형 건축물이다. 태양을 따라 건물이 회전하도록 설계해 태양광 발전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재생에너지의 성공사례’ 프라이부르크는 이처럼 한국 정부가 구상하는 ‘에너지 전환’의 롤모델 그 자체였다. 하지만 프라이부르크와 관련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있다. 이 도시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한국보다 재생에너지에 더 적합한 자연조건을 갖춘데다 건축물마다 태양광 시설이 설치되고 주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25년 넘게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추진된 것 치고는 의외였다. 이는 도시 단위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시스템이 가능해도 국가 단위로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이어 소장은 “나머지 90%는 도시 외부의 전력회사를 통해 공급받는다”며 “오는 2050년까지 100% 자급을 하기 위해 태양광 연구소 등이 중심이 돼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주택마다 태양광 발전 설치

신시청사는 전력 남아 외부 판매

가정엔 대부분 에어컨 설치 안해

시민들 에너지 시스템 맞춰 생활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도시의 에너지 시스템에 맞게 진화했다는 점도 ‘한국은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했다. 독일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기요금을 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절약하는 문화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단적인 예로 독일의 일반 가정집에는 대부분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다. 프라이부르크대의 도서관처럼 대형 건물도 에어컨 대신 건물 바닥과 천장에 우리의 보일러처럼 냉수가 지나갈 수 있는 관을 설치해 건물 내부의 온도를 낮출 정도다. 대부분의 사무실에서 낮 시간에는 조명을 켜지 않고 생활하며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조명 스위치를 사용하는 게 보편화돼 있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줄어들어 전기요금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 제품의 생산량까지도 줄인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 환경·기후변화·에너지부의 토비아스 아이젤레 팀장은 “독일 사람들은 구두쇠 유전자가 있어 정부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수월하게 추진될 수 있었다”며 “에너지 독점 공급에 대한 반감도 있어 타 지역에서 만든 에너지를 쓰지 않고 자립적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인식도 퍼져 있어 (분산형 발전인) 재생에너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여름철마다 에어컨 수요 급증으로 전력 수급을 걱정하고 있는 ‘에너지 과소비 국가’ 한국과는 국민들의 생활습관부터 인식까지 크게 다른 셈이다. “한국이 정부의 목표대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국민들의 삶이 변하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라는 독일 전문가들의 조언이 상당히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법 체계도 사뭇 거칠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10년 전부터 건물을 신축할 때나 기존 건물을 개조할 때 난방 에너지의 10%를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직접 조달하는 주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시민들은 의무적으로 태양열이나 우드펠릿 보일러,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 난방을 설치해야 한다. 최근에는 법이 강화돼 이 비율이 15%까지 높아졌다. 독일 연방정부도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사례를 참고해 신축 건물일 경우 재생에너지 10%를 의무 조달하게 하는 연방법을 만들어 독일 전역에 적용했다. 칼 그레이싱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 환경·기후변화·에너지부 에너지국장은 “이러한 조치로 건축비가 올라가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주정부가 온실가스 감축과 장기적인 비용 절약을 강조하는 토론 등을 통해 시민들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환경도 우리와 달랐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보수당과 녹색당이 연립 정권이며 에너지 전환 정책의 주체는 우리처럼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환경·기후변화·에너지부다. 물론 환경·기후변화·에너지부는 녹색당 출신이 장관을 맡고 있다.

에너지 전환의 당사자들인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초밀착 소통방식도 인상 깊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경우 에너지 다이얼로그 포럼이라는 기구를 통해 이해관계자와 외부 사회자, 중재자를 지명해 모든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또 주 전역에 에너지상담소를 설치해 시민들이 가지는 작은 궁금증까지 해소했다. 그레이싱 국장은 “독일에서도 신재생 발전 시설을 설치할 때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당연히 있다”면서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태도와 시스템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프라이부르크·슈투트가르트=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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