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유력했던 롯데카드 인수전에 우리금융그룹이 복병으로 등장하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다만 우리 지주가 정식으로 인수에 나선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본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PEF)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공동으로 지분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전체 지분의 80%를 인수하는데 60%는 MBK, 20%는 우리은행이 책임진다.
롯데카드 본입찰에는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PEF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참전했지만, 하나금융지주(086790)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다음 주 선정할 우선협상대상자에 가장 가깝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비은행 금융사 인수에 나서온 우리은행이 등장하자 시장은 긴장했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에 이어 3위권으로 안착하지만 우리카드는 주요 카드사 중 가장 하위권에 처진다는 점도 우리은행의 인수 의지를 높게 보는 배경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은행은 MBK와 지분 공동투자에 나서지만, 롯데카드를 인수하기 위한 것보다는 공동대출인 인수금융 대표 주선사 자리를 따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MBK가 인수금 대출을 위해 대표 주선사를 선정할 때 주선사가 지분 투자를 같이하면 유리하기 때문에 들어간 것”이라면서 “실제 인수 의지가 있다면 MBK와 협상을 통해 나중에 MBK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인수에 우선권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인수금융 대표 주선사가 되어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한 지분투자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뜻이다.
우리은행은 그 동안 금융사는 물론 일반기업의 인수합병(M&A)과정에서 대표 주선사 지위를 얻기 위해 소수지분을 공동투자해 왔다.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수금융 시장에서 비주류였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일단 지분을 투자한 만큼 앞으로 MBK가 보유한 나머지 지분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최근 우리금융이 인수금융에 참여한 애큐온저축은행도 중장기에 우리금융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내년 상반기 이후 우리금융지주(316140)가 금융당국이 인가한 내부 등급법을 적용받으면 다른 금융지주처럼 자기자본을 활용해 대규모 M&A가 가능하다. 우리금융은 이때를 대비해 현재도 보험·저축은행·증권사 등 인수대상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으며 상대방에 비공식적으로 매각의향을 떠보고 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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