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의 SK이노베이션(096770)에 대한 법적 대응에 대해 업계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중국외 시장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가진 LG화학 입장에서는 미국이라는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의 추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를 SK그룹내 ‘포스트 반도체’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연말부터 수 조(兆)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6년 30GWh에 불과했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를 이달 430GWh까지 끌어올리며 LG화학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최대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히는 등 공격적 확장 전략이 계속되고 있다.
LG화학 또한 올 3월 1조원 가량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확실한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술적 우위를 갖추기 위한 노력도 진행중이다. LG화학은 1992년부터 2차전지 관련 연구개발을 검토해 1995년 본격적인 독자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1998년 국내 최초 상업화 및 대량생산체제 구축 성공, 2000년 미국 연구법인 설립, 2004년 안전성강화분리막 기술 독자개발, 2009년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자동차인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용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 선정 등 업계 선두주자로 입지를 다졌다. 무엇보다 양측이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있다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만큼 어느정도 충돌이 불가피 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포스터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를 두고 국내 업체간 치킨게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견제하기 위해 확실히 칼을 간 모습이다.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7년부터 2년 동안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R&D),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도 LG화학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 채용을 진행하는 등 ‘인력 빼가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LG화학의 2차전지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시간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정당한 경쟁으로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와 관련해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부당한 문제 제기”라는 입장이다. 특히 ‘인력 빼가기’가 아닌 업계 최고 대우를 통해 인재들을 끌어모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같은 한국 업체 간 다툼으로 일본의 파나소닉이나 중국의 BYD·CATL 등의 업체가 빠르게 시장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CATL이 26.4%로 1위이며 BYD(16.0%), 파나소닉(15.9%), LG화학(10.4%) 순이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은 각각 3.3%와 1.7%에 불과하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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