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 포트폴리오’에 대해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1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피지 난디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반도체 산업이 국가 성장을 견인한 것에 높게 평가하면서도 집중도가 심화 됐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반도체 의존도가 대단히 크고 최근에 반도체가 경기를 이끌고 온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대외 변화 취약성도 커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해당 산업이 경기 사이클에 따라 부진하면 경제 자체가 타격을 크게 받는다”며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필요하면서도 한 쪽에 쏠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주력산업의 구조조정 부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다른 성장 주도 산업이 있어야 하지만 전통 주력산업을 대체할만한 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구조조정이라든가 체질 개선 노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개편 없이는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의 부활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 단기적 관점에서 정책 금융을 쏟아부어 구조조정을 지연했던 역대 정부에 대해 비판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산업 구조조정과 채질 개선은 중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 역시 기업이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피지난디=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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