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포스코 출신 안동일 생산·기술 부문 담당 사장을 영입한 현대제철이 또 다시 외부인사를 수혈하며 변화를 택했다. 자동차와 조선 등 수요산업 부진으로 철강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사업방식에 변화를 주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모기업 현대·기아차 외에도 자동차 강판 매출처를 다변화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제선원료구매실장에 신학균 전 포스코 상무를, 철강소재사업부장에 양희석 상무를 선임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한양대 자원공학과를 나온 신 상무는 한국광물자원공사에서 투자사업실장과 신규사업팀장을 역임했고, 2012년 포스코로 옮겨 원료1실장을 맡았다. 2016년 포스코인터내셔널 물자화학본부로 옮겼고 2017년 퇴임했다.
제선원료구매실장은 일관제철소 용광로(고로)에 들어가는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을 조달하는 자리다. 철강사업은 제조원가에서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은데다 올 들어 철광석 가격이 약 30% 급등하면서 적절한 가격에 원료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철광석을 고로에 넣고 녹이는 제선 공정은 ‘철강사업의 꽃’이라 불린다. 사장직에 이어 이 같은 주요 보직에 포스코 원료1실장을 거친 외부인사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현대제철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드러난다는 평가다.
양 상무는 삼성물산 상사부문 철강사업부에서 일했고 상하이법인에선 철강파트장을 맡기도 했다. 철강소재사업부는 국내·외 영업과 유통 업무를 포함한다. 이 같은 자리에 외부 인사를 앉힌 것은 현대제철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공급처 다변화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상하이모터쇼에서 자동차 전문 소재 브랜드 ‘H-SOLUTION’을 공식 출시하고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에 자동차 소재 기술력을 강조했다. 초고장력강판 등 자사 소재를 적용한 콘셉트카를 직접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현대제철은 “‘H-SOLUTION’ 출시를 통해 자동차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철강업계에선 위기를 겪고 있는 모기업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왔다. 자동차 강판 약 500만톤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의 현대·기아차 외 매출 비중은 10%를 조금 넘는다. 이를 25% 가량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현대제철의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30일 2,124억원의 1·4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보다 27.6% 줄었다. 영업이익률 또한 지난해 1·4분기 6.1%에서 지난 분기 4.2%로 1.9%포인트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 확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다소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소재 분야의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자동차 강판 판매 역량 강화를 위해 냉연강판의 강종별 전용 공장을 운영하고 외판 설비 투자로 품질 생산성을 향상했다”며 “올 1분기 글로벌 자동차강판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한 16만3,000톤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감소와 수익성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제철이 올해를 변화의 원년으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동차 강판 등 생산과 원료 구매, 조직문화 등 모든 면에 걸친 현대제철의 혁신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지도 철강업계의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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