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짜리 아이를 둔 엄마 A씨는 유치원에 간 자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림장이나 식당 등을 카카오(035720) ‘키즈노트’로 확인한다. 집에 온 아이는 ‘카카오키즈’가 제공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한글과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대학생 B씨는 카카오톡 ‘챗봇 주문’ 서비스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미리 음료를 주문하고 카페에서 기다리지 않고 음료를 받아간다. 오는 7월 정식 오픈 예정인 이 서비스는 쉽게 말해 ‘스타벅스 사이렌오더’의 카카오톡 버전이다.
카카오톡의 확장세가 무섭다.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이젠 ‘스마트폰에 카카오 애플리케이션만 있어도 하루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2014년 다음과 합병한 후 5년 동안 무서운 기세로 인수 ·합병(M&A)을 추진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취한 덕분이다.
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3건의 M&A에 성공했다. 국내 500대 기업 중 가장 많은 M&A건수다. 지난 2015년 13개, 2016년 6개, 2017년 5개, 2018년 9개 등 다수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기업들을 인수했다. 지난 2014년 20개에 불과했던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해 기준 무려 93개사로 늘었다.
IT업계 공룡으로 성장한 카카오의 사업영역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우선 택시·금융·쇼핑 같은 ‘생활 밀착형’ 사업이다. 국내 대표 택시 호출 서비스로 자리매김 한 카카오택시처럼 어느 순간 ‘카카오’라는 브랜드는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게임이나 웹툰 같은 콘텐츠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린세스 커넥트’나 ‘프렌즈타운’ 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상위권이고, 카카오페이지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가 대박을 터트렸다. 마지막으로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브레인과 카카오i, 그라운드X를 필두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사업 영역이 방대해진 카카오는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경영될까. 카카오 구성원들은 그룹을 ‘카카오공동체’라 부른다. 이 공동체에 속한 자회사들은 신기하리만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의사결정이나 경영 방식은 스마트폰 생태계와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컴퓨터에서는 메일, 쇼핑, 뉴스 등 모든 것을 하나의 포털 사이트에서 해결한다. 반면 스마트폰에서는 각각의 기능을 가진 애플리케이션을 개별적으로 설치해 이용한다. 이와 유사하게 카카오도 의사결정 구조를 일원화하기보다는 자회사들이 전문성을 갖고 각자의 앱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게 현재의 정보산업 생태계에 더 효과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독립적인 자회사 운영 방식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있다. 김 의장은 지난 2012년 ‘케이큐브벤처스’라는 벤처캐피털을 설립해 ‘100인의 CEO 양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계열사가 현재 93개이니 고지가 눈앞인 셈이다.
이 연구원은 “카카오는 기본적으로 여민수·조수용 대표가 다른 자회사 대표보다 위에 있는 게 아니라 수평적인 구조”라며 “기업 운영 자금 등도 자회사에서 다 알아서 관리하게 한다”고 말했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도 “카카오는 각 자회사 대표들의 개성이 뚜렷하다”며 “의사결정이 자회사 대표 중심으로 빠르게 이뤄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도 “카카오는 각 자회사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독립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판을 마련해주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카카오가 계열사 경영을 관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공동체경영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와 자회사 대표들이 모여 사업 방향에 대해 논의하며 카카오 공동체 전체를 이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의장이 두 공동대표에게 사업의 많은 부분을 맡기는 한편 대규모 인수 합병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이사회를 통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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