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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롯데, 하나-우리 견제에 한앤컴퍼니 수혜... 카드 빅4 지각변동 없어

[롯데카드·손보 사모펀드 품으로]

하나금융, 출자여력 한계 발목

한앤코는 가격·고용조건 앞서

손보는 처음부터 JKL이 유력시

사모펀드 3~4년내 몸값 올려 재매각

금융지주 인수땐 가격부담 더 클듯





금융권 인수합병(M&A) 최대어였던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000400)이 모두 사모펀드(PEF)의 손에 넘어갔다. 그동안 금융업은 금융당국 인가와 자금조달 여력 문제로 금융그룹이 사모펀드보다 유리한 입장이었지만 결국 ‘높은 가격’을 써낸 사모펀드가 독식하는 결과가 됐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인수가 유력했던 하나금융은 물론 막판 경쟁 후보로 부상했던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마저 제치고 한앤컴퍼니가 예상을 깨고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롯데카드 경쟁사인 하나카드를 거느린 하나금융에는 그냥 내줄 수 없다는 경쟁의식이 발동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롯데손보는 예상대로 JKL파트너스가 3,900억원을 써내 인수에 성공했다. 변수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업체들은 3~4년 내 몸값을 올려 되팔기 때문에 이를 인수해야 할 금융지주로서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자가 된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하나금융과 우리은행보다 월등히 높은 1조4,8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롯데그룹이 요구한 고용승계 등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은 물론 고객정보 공유나 계열사 거래, 상세 실사 후 가격 조정 등 계약 조건에서 한앤컴퍼니가 롯데그룹의 요구를 가장 많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MBK·우리은행 컨소시엄도 1조원 이상의 가격을 써냈지만 한앤컴퍼니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나금융은 1조원대 가격에서 양보하지 않았고 계열사 하나카드와의 합병 등이 남아 고용승계 등의 부대 조건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없이 단독으로 입찰한 하나금융을 처음부터 유력후보로 예상했지만 뜻밖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롯데그룹은 카드 매각 이후에도 지분 20%를 남기면서 한앤컴퍼니와 고객정보 공유, 백화점 쿠폰 지급 등 협업을 이어가게 됐다. 한앤컴퍼니는 그동안 해운과 시멘트, 자동차 부품사 등 굴뚝 산업 투자로 이름을 알렸지만 최근에는 호텔과 중고차 유통 등 소비재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시너지 측면에서 다른 후보에 밀리지 않는다는 게 한앤컴퍼니의 설명이다.

롯데카드를 한앤컴퍼니가 인수하면서 신한·국민·삼성·현대카드 4강 체제는 당분간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이 가져갔다면 시장점유율 5위인 롯데카드와 7위인 하나카드를 합병하면 3위로 급부상할 수 있다. 롯데카드와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1%와 8%로 합병시 19%로 상승해 2위인 삼성카드(19%) 바로 밑이고 3위인 KB국민카드(16%)를 넘어서게 된다. 중복 고객을 빼지 않은 단순 합산이지만 그만큼 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변수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한앤컴퍼니가 인수해가면서 카드업계 지각변동은 당분간 수면 아래에 머물게 됐다.

일부에서는 MBK가 홈플러스를 보유하고 있어 롯데그룹이 일부러 한앤컴퍼니를 선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롯데그룹이 재인수를 노리기 위해 잠시 한앤컴퍼니에 넘겨놓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앤컴퍼니도 비용절감을 통해 롯데카드의 수익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유력 인수 후보였던 하나금융이 고배를 마신 것은 출자 여력에 한계가 있어 1조원 이상의 금액을 베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나금융은 이중레버리지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125.6%로 금융 당국의 제한 권고치인 130%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사가 과도한 외부차입을 통해 자회사를 키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장치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의 M&A 출자 여력은 1조~1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돼 상대적으로 낮은 인수가를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한앤컴퍼니와 JKL은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여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에 재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사인 롯데카드는 상장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지난해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상장한 뒤 신한금융그룹에 되팔아 20% 이상의 높은 수익을 거둔 MBK의 선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에 쓴맛을 본 하나금융과 우리은행은 비은행 부문 강화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일부에서는 하나금융이 롯데카드처럼 단번에 외형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서 앞으로 더 많은 기회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손보는 초반부터 중견 PEF인 JKL파트너스가 가격 면에서 가장 앞질렀다. JKL은 구주 인수에 4,270억원과 추가로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다른 후보보다 최소 1,000억원가량 높은 금액을 써냈다는 후문이다. 경쟁자였던 MBK와 한앤컴퍼니는 상대적으로 카드 인수에 집중했고 대만의 금융그룹인 푸본은 막판에 불참해 싱거운 결과가 됐다.

보험업계에서는 롯데손보가 당장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등의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원수보험료(매출)를 기준으로 롯데손보의 시장점유율은 9위(3.0%)였다. 순위 변동이 거의 없는 보험업계 특성상 삼성화재(지난해 원수보험료 18조2,340억원), 현대해상(12조9,783억원), DB손해보험(12조4,493억원) 등과의 격차도 한참 벌어져 있다. 게다가 적자가 심한 자동차보험이 롯데손보의 원수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 안팎에 달해 실적을 끌어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이 시급하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당국의 RBC 권고 기준은 150%지만 지난해 말 롯데손보의 RBC 비율은 155.4%에 불과해 당장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확충·실적개선 등 JKL이 롯데손보를 인수한 후 체력을 얼마나 키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체질개선에 성공한다면 몇 년 후 우리금융지주 등에 재매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임세원·유주희·김기혁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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