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맏형’ 격인 MBK파트너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블라인드펀드를 청산한다. 지난 2005년 1조6,00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를 결성한 후 꼬박 14년 만이다. 여전히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딜라이브(옛 씨앤엠)의 손실을 포함하더라도 원금 대비 회수액이 1.5배에 달할 만큼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첫 투자처였던 한미캐피탈과 HK저축은행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대만 등의 투자에서 큰 수익을 거둬들인 게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최근 2005년 9월에 결성한 1호 펀드인 ‘엠비케이투자파트너스’의 청산을 결의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MBK는 2005년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로 첫 블라인드펀드인 ‘엠비케이파트너스’를 결성했다. 이후 2006년 국내에서는 HK저축은행을 시작으로 한미캐피탈·딜라이브를 연이어 사들이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중국에서도 베이징에어포트서포트와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루예파마 등에 투자했고 대만의 갈라TV를 사들였다 팔기도 했다. 일본 소프트웨어 기업인 야요이도 MBK 1호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렸었다. 2017년 4호 펀드를 결성한 것까지 더하면 펀드 규모만 10조원으로 아시아 1위 PEF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덩치를 키운 것도 성과지만 이번 청산으로 MBK는 국내 PEF 역사에도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1세대 토종 PEF 중에서 블라인드펀드를 성공리에 청산한 것은 MBK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PEF가 개별 투자 건을 엑시트해 투자금을 회수한 적은 있지만 펀드를 청산한 경우는 없다.
투자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MBK가 이번 펀드 청산으로 회수한 금액은 21억900만달러다. 투자수익률배수(MOIC)로 따지면 1.5배 수준. 통상 글로벌 PEF의 성과를 판가름하는 지표는 MOIC 2다. 청산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7.5%. MBK가 2008년과 2013년 조성한 2호·3호 블라인드펀드의 최근 IRR이 20%대에 이른다는 점과 비교하면 첫 펀드의 투자 성과는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MBK 1호 펀드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버블’을 타고 몸값을 키웠던 기업을 사들인 뒤 이후 경기침체기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했다. 2007년 투자금을 회수했던 한미캐피탈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투자가 2010년대 초중반에 회수됐다. 금융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준수한 성적표라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12년(10+2년) 만기였던 펀드가 한 차례의 연장을 거친 뒤 다소 늦게 청산이 된 것은 딜라이브 때문이다. MBK는 2008년 맥쿼리와 손을 잡고 특수목적법인(SPC)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설립해 딜라이브 지분 93.8%를 2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2015년 매각에 나섰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결국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채권단이 차입금 만기를 오는 7월로 연장해준 뒤 KT에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국회의 유료방송 합산규제로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MBK 측은 “딜라이브 투자 손실까지 반영한 수치임에도 금융위기 직전 조성된 글로벌 펀드 중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조윤희·김상훈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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