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영원한 개척자(Science, the endless frontier)’라는 미국의 정책 보고서가 있다. 2차 대전 직후 세계 최고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MIT 공대의 부시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대통령 자문 보고서이다. 그 보고서의 핵심 주제는 ‘새로운 미지의 길을 국민에게 열어주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이다’ ‘연구결과의 성패와 무관하게 과학자들이 진리를 자유롭게 탐구한다면 그 결과는 국가·산업 외 다른 많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 및 국립연구소에서 수행하는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 젊고 유능한 연구자들의 발굴 및 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제안했다. 그 보고서에 따라 미국 정부는 국립과학재단(NSF)을 설립해 연구비의 안정적인 지원과 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했고 스탠퍼드대 등 연구중심 대학을 발전시켜왔다. 이를 통해 미국은 인터넷, 스텔스 전투기 등 과거에는 없었던 신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최고의 과학기술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고 개선해 가는 ‘추격형 연구개발(R&D)’ 전략으로 산업화와 정보화 등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최근 빠르게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과거의 추격형 전략은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우리의 과학기술은 세계 최초·최고의 도전적 목표를 제시할 만큼 성장했고 그에 걸맞은 ‘선도형 R&D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정부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R&D를 지향하고자 ‘사람 중심의 국가 R&D 혁신방안’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연구자가 자유롭게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시스템을 개편하고 실패를 각오하더라도 사회경제적 임팩트가 큰 ‘도전적 연구’에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우선 연구자들 스스로 자유롭게 연구주제를 제안하는 자유공모방식의 기초연구 예산을 지난해 대비 약 20% 증가시켜 올해 1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오는 2022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연구자들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중요 난제들에 과감하게 도전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연구가 기술사업화 및 창업으로 거침없이 연계돼 양질의 일자리와 새로운 산업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위험·혁신형 R&D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고 하지 않던가. 정부는 선도형 R&D 정책으로의 과감한 전환을 위해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평가 잣대를 폐기했다. 연구자들이 마음껏 창의적·도전적 연구에 도전하게 하고 목표달성에는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데이터를 새로운 연구의 성공 자산으로 삼을 수 있도록 R&D 관리, 평가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올해는 정부 R&D 예산이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해이다. 이는 쉽지 않은 경제여건 속에서도 과학기술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가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이제는 연구자들이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R&D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도전적 R&D 혁신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만이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실패 경험도 자산이 되는 도전적 R&D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가는 것, 그것이 혁신성장을 향해 우리가 택할 길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연구자들의 과감하고 혁신적인 도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개척자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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