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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키프로스





클레오파트라 7세는 300여년간 이어진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여왕이었다. 고대 그리스 작가 플루타르코스는 그리스·로마의 영웅 50여명의 이야기를 남겼는데 이 가운데는 클레오파트라와 염문을 뿌린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일화도 담겼다. 탁월한 미모로 유명한 그녀는 안토니우스와의 결혼을 통해 시리아 등 오리엔트 지역의 통치권을 넘겨받는다. 안토니우스가 파르티아 원정으로 획득한 키프로스도 그녀가 결혼 선물로 받은 곳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지중해 3대 섬인 키프로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고향이기도 하다. 일부 문헌에서는 아프로디테가 태어난 곳을 지중해 크레타섬의 북서쪽에 있는 키테라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키프로스 사람들은 아프로디테가 섬 남서쪽 파포스라는 해변가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관광객들은 파포스 해변가의 풍경을 바라보며 신화에 등장하는 아프로디테를 떠올린다.



지중해의 절경이자 동서 문화가 만나는 곳이기도 한 키프로스는 기원전부터 그리스와 이집트·페르시아의 식민 지배를 받는 아픔을 겪었다. 가장 큰 격변은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벌어진 1974년 군사 쿠데타다. 이웃 그리스의 지원을 받은 장교들이 정변을 일으키자 터키군이 터키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북부를 점령했다. 전체 인구 가운데 그리스인이 75% 정도를 차지하지만 이슬람교를 믿는 터키계도 15%가 넘는다.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현재 국제사회는 남쪽 키프로스만 국가로 인정하고 터키가 침공한 뒤 1983년 독립을 선언한 북키프로스는 터키 외에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남과 북이 나뉜 분단국가 모습이다. 수도인 니코시아도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

터키가 지난 3일 북키프로스의 승인을 받아 키프로스 주변 해역에서 천연가스 시추를 한다고 밝혔다. 키프로스는 터키 시추선 승조원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며 반발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터키는 “동지중해에서의 터키와 북키프로스의 법적 권리는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주변 해역에서 대규모 가스전이 발견되기 이전만 해도 키프로스에는 통일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제는 극한 지역 분쟁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인류에게 풍요의 선물이어야 할 천연자원이 인종갈등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홍병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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