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해인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한 김광수(사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1주년을 기점으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시대’에 걸맞는 생존 전략 찾기에 나섰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아 사내방송 특별대담에 출연, 지난 1년간의 소회와 2기 경영 전략에 대해 밝히면서 임직원들에게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대비한 전략 수립을 주문했다.
오는 14일 방영되는 이 방송에서 김 회장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대비하려면 농협의 서비스에 디지털을 더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의 삶 속으로 진입해야 한다”며 “고객에게 만족과 재미를 주는 플랫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노 사피엔스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활용하는 현대인을 일컬으며 선보인 신조어로 국내에선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가 지난 3월 동명의 저서를 펴내면서 주목 받고 있다. 책에서 최 교수는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TV를 끄고 스마트폰을 미디어와 정보의 창구로 선택하고 은행 지점 대신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생존에 유리한 전략을 택하는 인류 진화의 예라며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이해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고 설파했다.
최근 최 교수의 책을 읽고 직접 강의를 들은 김 회장은 ‘포노 사피엔스’ 전도사를 자처하며 그룹의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데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 회장이 오는 9월까지 마련하기로 한 ‘디지털 금융회사 전환 3개년 실행방안’에도 포노 사피엔스 관련 전략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투자성향과 리스크에 맞는 상품을 골라주는 ‘NH빅스퀘어’ 금융과 생활을 아우르는 ‘NH멤버스’ 등 최근 주요 계열사와 지주에서 선보이는 디지털 플랫폼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김 회장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주역인 젊은 직원들과 청년이사회를 꾸리고 수시로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 지주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의 출현과 성장에 대응하려면 디지털기술은 혁명적으로 발전해야 하고 임직원들 역시 종합자산관리 컨설턴트로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라며 “취임 1주년을 맞아 금융회사의 내적 자산인 임직원이 자산관리, 디지털, 글로벌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농협금융은 2020년까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1,000명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 7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과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임직원들이 금융 MBA부터 다양한 해외 연수, 파견 근무를 통해 글로벌·디지털 역량을 쌓도록 기회를 넓히고 있다.
자산운용 부문 글로벌 파트너인 프랑스 아문디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그룹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김 회장은 “고객의 자산수익률을 높이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산을 선별하고 운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아문디와 투자 플랫폼을 공유하고, 헤지·대체운용 등 특화 영역의 운용 역량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