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회를 배달 음식 다섯 손가락 안으로 진입시켜 보겠습니다.”
숙성회 배달 전문점 프랜차이즈 ‘허스키’를 운영하는 김영인(37·사진) 문화상사 이사는 9일 서울 구의동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일상화하면서 배달 음식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치킨, 피자, 중국음식, 보쌈·족발 등 육류, 분식·식사류로 이어지는 ‘5대 주문음식’에 순위에 숙성회를 진입시켜보겠다는 게 김 대표의 목표다.
문화상사의 회는 국내 회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활어회가 아닌 숙성회다. 일본인은 회를 일정 시간 숙성시켜 먹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한국 사람은 갓 잡은 생선살의 단단한 식감을 즐긴다. 그러나 활어회는 유통과정에서 물차를 써야 하고 식당은 수족관을 놓고 산소발생기를 돌려야 한다. 수족관 유지비와 전기료만 한 달에 1,000만원이 들 정도로 비용 부담이 크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높은 값을 치르고 회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문화상사의 방식은 다르다. 경기도 하남 수산물시장 인근에 지은 공장에서 매일 새벽 1시부터 생선을 해체해 살만 떠 진공 포장한 뒤 새벽 5~6까지 숙성시켜 각 점포에 배달한다. 점포들은 배달 앱에 주문이 들어오면 진공포장을 뜯고 회를 먹기 좋게 썰어 채소와 함께 배달 기사에게 건네면 끝이다.
김 대표는 “활어회는 최종 소비자가 내는 횟값에 수족관 전기료, 물차 비용, 전문 주방장 인건비 등이 다 녹아있다”면서 “허스키는 이런 비용을 모두 없애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숙성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활어회보다 숙성회가 맛도 좋다고 말한다. 그는 “숙성 과정에서 연육작용이 일어나 식감이 부드럽고 이노신산 등이 생성돼 감칠맛이 활성화한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탱탱한 식감과 깔끔한 맛을 선호하지만 숙성회를 접해보면 그 부드러움과 감칠맛에 새롭게 눈뜨게 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허스키는 지난해 5월 서울 양재동에 직영점을 내고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 신림, 송파, 이수, 경기도 분당 정자점 등 5개 직영점과 16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50개, 내년 연말에는 100개까지 가맹점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회 가격은 생선 종류에 따라 300~400g에 3만~4만원 대다. 2만원 대 ‘혼술 세트’도 있다.
가맹 점포를 여는 비용은 26.4㎡(8평) 기준 5,000만원 선이고 1인 창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장 판매를 하지 않는 방식이어서 대형 점포가 필요 없고 주방만 있으면 된다.
김 대표는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아 1인 여성 점주도 많다”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채소 꼭지 외엔 나올 게 없을 정도로 위생적이고 관리가 쉽다”고 말했다. 이어 “횟집 주인과 직원들은 술을 곁들인 손님들 상대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곤 하는데 허스키는 배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런 고충도 없다”고 덧붙였다. 허스키 가맹점의 점포당 평균 월 매출은 1,500만원 선으로 요즘 자영업 시장이 침체 상태인 것을 고려하면 좋은 편이다.
김 대표가 숙성회의 가능성을 크게 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여성 소비자의 호평 때문이다. 그는 “전체 주문의 70%가 20~30대 여성들로부터 나온다”면서 “회가 다이어트와 미용에 좋은데 횟집에 직접 가서 사 먹기는 부담스러워 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변질 우려 때문에 집안 행사 때 회를 쓰지 않던 주부들도 허스키를 알게 되면 손님 접대용으로 회를 주문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원래 증권맨이었다. 연세대를 나와 삼성증권에서 7년을 일하고 투자자문사로 옮겨 2년을 근무하던 중 수산물 전문기업 명진홀딩스를 알게 돼 창업에 나섰다. 명진홀딩스는 배용준이 투자해 유명세를 탔던 수산 벤처기업으로, 현재 허스키의 주요 주주이면서 생선을 전량 공급하고 있다. 연어는 노르웨이 산, 광어는 완도산, 생참지는 멕시코산, 숭어와 도다리는 국내산을 명진홀딩스로부터 공급받는다.
김 대표는 “좋은 거래처와 투자자를 만나 철저하게 준비한 뒤 창업해 현재까지 큰 어려움 없이 사업하고 있다”면서 “기업에 있을 때와는 다른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허스키는 조만간 서울 여의도에 숙성회를 직접 판매하는 점포를 열 계획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직장인들에게 숙성회 맛을 보여줘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