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SKB)가 9일 정부에 케이블TV 티브로드간 합병 인·허가를 신청하며 유료방송시장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음 차례는 KT(030200)의 딜라이브 인수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회를 중심으로 업계 내 인수합병(M&A)을 제한할 추가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SKB가 티브로드 및 티브로드 계열법인의 합병·인수 관련 변경허가·인가 등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티브로드와 티브로드 계열법인의 방송지역은 서울 강서구, 과천·의왕·군포·안양, 세종 등 23곳이다. 신청내용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티브로드동대문방송 합병, SK텔레콤(017670)의 티브로드노원방송 주식 취득, SK스토아의 SK텔레콤 자회사로의 이관 등이다. 이날 합병 신청으로 유료방송시장 3강 체제 재편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료방송 점유율은 KT가 21.12%로 1위를 지키는 가운데 SKB(14.32%), CJ헬로(12.61%), LG유플러스(032640)(11.93%), KT스카이라이프(9.95%), 티브로드(9.60%) 순이다. 최근 업계 재편을 반영해 계열별로 분류하면 KT계열(KT스카이라이프 포함)이 31.07%, CJ헬로 지분을 인수 중인 LGU+ 계열이 24.54%, SK계열(티브로드 포함)이 23.92%로 3강 구도다. 독보적 1위를 유지하던 KT는 경쟁사와 거리가 좁혀지자 점유율 6.29%의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 중이지만 합산규제 이슈가 남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 점유율을 33.3%로 제한하는 합산규제를 재도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과기정통부에 오는 16일까지 사후규제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정부 안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합산규제가 되살아나 KT의 인수 작업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규제가 부활되지 않더라도 관련 입법 검토 작업이 더 미뤄지면 KT는 유료시장 빅뱅을 위한 투자 적기를 놓치게 될 수 있다.
합산규제 일몰이 확정될 경우라도 ‘산 넘어 산’이 될 수 있다. 더 강력한 사후규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점유율 33.3~50% 이상 사업자를 시장지배사업자로 지정해 요금 인가제를 도입하거나 다른 상품과 결합 할인을 막는 방안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KT의 KT스카이라이프 지분율(49.99%)을 낮추는 안도 포함됐다. 안정상 국회 과방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특정 사업자의 독과점이 방송시장과 시청자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책임과 공정경쟁을 담보해야 한다”며 “위성방송의 공적 기능을 회복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측은 유료방송 시장에 넷플릭스 같은 OTT도 경쟁하고, 결합상품으로 이동통신사의 영향력도 커졌는데 유료방송만 따로 규제할 근거가 약하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3강 구도로 재편된 상황에서 1위만 겨냥해 규제를 되살리는 방안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안과 관계 없이 국회의 의지가 강해 합산규제 못지 않은 장벽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국내 업계가 건전하게 경쟁해 성장할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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