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공포에 국내 증시가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매도에 급락했다. 기관이 6,000억원 넘게 대량 매도하면서 급락장을 주도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원 넘게 사들이며 순매수 포지션을 유지했던 외국인이 이날 현·선물을 동시 매도하며 급격한 태세 전환에 나섰기 때문이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이 6,624억원, 외국인이 1,882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며 지수를 3% 넘게 끌어내렸다. 코스피지수는 2,102.01로 지난 1월15일(2,097.18) 이후 약 넉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하루 낙폭과 하락률이 지난해 10월11일(98.94포인트·4.44%)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대다. 특히 이날 옵션만기일을 맞은 외국인은 7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바꿨다. 2월28일(2,500억원) 이래 최대 규모다. 선물도 5,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미중 무역분쟁 위기 등에도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 됐다. 삼성전자 등 대표 기업의 어닝쇼크 전망에 기관이나 개인이 순매도 포지션을 유지한 것과 달리 외국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수세를 이어왔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 매력과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들의 실적 회복을 예측한 베팅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는 평가다.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언하면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외국인 매수세가 꺾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양국 모두에게 득보다는 실이 될 무역 전쟁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지금 당장 미중 무역협상이 제대로 타결되는지가 중요해졌다”며 “협상이 파국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만일 파국이 현실화될 경우 연초 이후 외국인 현물과 선물 러브콜을 모두 되돌리는 매도 행보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미중 무역협상이 빠르게 해결된다면 오히려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않다. 김 연구원은 “중국이 입장을 선회하는 경우 시장은 곧장 글로벌 증시와의 커플링 복원시도에 나설 수 있다”며 “외국인 또한 저점 매수를 위한 총력전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국인 매도세는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본부장은 “올해 중국 A주 중 대형주의 MSCI 이머징마켓 지수 조정 이후 외국인 자금이 기계적으로 빠지는 면이 있지만 하반기에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이를 흡수할 정도의 매수세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길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MSCI 발표로 유출 예상액은 패시브 펀드를 기준으로 2조원 정도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확실한 것은 국내 증시의 반등을 위해서는 하반기 기업 실적 개선과 더불어 중국 경제의 활성화와 신흥국 통화 강세 등 글로벌 요인이 뒷받침돼야 외국인과 기관, 두 ‘큰 손’의 수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센터장은 “하반기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는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중국 경제가 돌아서야 한국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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