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글로벌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으로 인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 생산 업체 UDC(Universal Display Corporation)가 1·4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UDC의 1분기 주당 순이익(EPS)는 0.66달러로 당초 전망치(0.29달러)를 크게 웃돌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양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가 7년 만에 동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둔 성과입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UDC의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웃돈 이유 중 하나로 중국 업체들의 영향을 꼽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의 플렉시블 OLED 라인가동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실제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최근 올해 플렉시블 OLED 패널 출하량 목표를 전년(300만대) 대비 15배 이상 늘어난 5,000만대 수준으로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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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C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럴수록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정기총회에서도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중국 업체들의 대한 대응책 마련 방안이었습니다. 당시 협회는 앞으로 중국 현지 언론의 보도를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현지 시장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는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올 1·4분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분위기는 최악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4분기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손실 1,320억원을 기록해 3분기 만에 또다시 적자를 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디스플레이 사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좀처럼 실적이 안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지난달 경기도 파주 사업장에서 열린 ‘2019 전사 목표달성 결의대회’에서 임직원들에게 “올해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의 마지막 해”라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1·4분기에 영업손실 5,6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6년 1·4분기(-2,700억원) 이후 3년 만입니다. 계절적 비수기와 OLED 주요 거래선의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로 인한 가격 하락 영향 때문입니다. 특히 주력인 중소형 OLED 사업에서도 적자를 냈습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사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한 것도 7년 만입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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