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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내일을 더욱 밝게 할 ‘물 재이용’

민경석 경북대 교수·환경공학

하수 재이용, 물부족 대응 효과적

수계별 물 환경 특성 충분히 고려

경험 많은 전문기관에 관리 맡기고

지속 가능 물순환 체계 구축 필요





삶은 개인과 사회, 시대와 분야를 막론하고 늘 과제를 동반한다. 이러한 과제는 해결 여부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지기도 한다. 물은 에너지·토지 이용, 식량 등과 연계돼 있으며 그 자체로는 크게 치수(治水)와 이수(利水)로 나뉜다. 근래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가뭄이 빈번해 안정적인 이수를 위해 물 재이용이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수처리수는 가뭄에도 안정적인 수량 확보가 가능하다. 하수처리수를 고도처리해 공업용수와 생활용수·하천유지용수 등으로 활용하면 하천 유입 오염부하량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회복할 수 있고 물 부족 대응에도 효과적이다.

환경부의 ‘물 재이용 기본 계획(2011년)’에서 3단계(2017~2020년) 물 재이용량 목표는 연간 25억톤이고 이 중 하수 재이용량은 20억톤을 차지한다. 지난 2017년 환경부 하수도 통계에 따르면 하수 재이용량은 연간 약 11억톤에 불과하다. 이는 소관 부처 이원화에 따른 용수공급 계획의 충돌, 하수처리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여러 장애 요인들이 하수 재이용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하수도는 ‘더러운 물을 모아 배제 또는 처리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로만 여겨져 왔으며 주된 기능 역시 도시 위생 및 침수 방지였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물 순환 체계 구축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하천의 건강성 등 유역별 통합물관리 차원에서 하수 재이용이 매우 중요하다. 비용 절감 및 물관리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상하수도뿐 아니라 물 재이용을 포함한 통합물관리가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환경부가 중심이 돼 물관리일원화 이후의 기능 및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를 제언한다. 기존의 하수처리장에서 재사용하던 장내용수와 하천유지용수 중심의 하수 재이용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하수 재이용 경험과 전문기술 등을 보유한 전문가와 전문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재이용 기술과 경제성 등 종합적 검토는 물론 물 재이용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을 개선하는 홍보활동 등을 꾸준히 전개하면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하수처리수를 추가로 고도처리해 간접 음용을 뛰어넘어 직접 음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

하수 재이용에도 수계별 물 환경의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옳다. 물 순환 패러다임이 유역 단위로 새롭게 변화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하수 재이용 계획을 포함한 통합물관리 계획’을 유역별로 수립해야 한다. 이때 계획에서 설계, 시공 및 운영까지 경험이 풍부한 전문기관에 일괄적으로 맡기는 것이 비용과 전문성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 적절한 정책지원 역할과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통합물관리 정책의 실현을 한층 앞당길 수 있다고 믿는다.

세계은행(WB)의 ‘기후변화, 물, 경제 분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물 부족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오는 2050년 국내총생산(GDP)이 약 7%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하수 재이용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대체 수자원’으로도 역할을 할 것이다. 처리 재생한 물을 제조·화학 등 산업단지 지역의 맞춤형 공업용수로 활용하면 유역 수생태계 보전이나 기후변화 대응 등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수 재이용은 지속 가능한 물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서나 대체 수자원 확보 차원에서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미국·싱가포르·이스라엘 등 많은 나라들이 하수 재이용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도 하수 재이용을 빠른 속도로 활성화해야 한다. 건강하고 질 높은 삶을 위해, 물 산업의 국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정책을 주관하는 환경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하수를 소중한 수자원으로 만드는 날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욱 밝아올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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