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032640)의 CJ헬로(037560) 인수가 9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SK텔레콤(017670)이 CJ헬로 보유 지분을 LGU+에서 매입해달라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SKT는 8.6%의 CJ헬로 지분을 갖고 있는 2대 주주다. LGU+는 다른 주주의 지분 매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두 이동통신사끼리의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T는 최근 LGU+에 공식 서한을 보내 자사가 보유한 CJ헬로 지분 8.6%에 대한 매수를 요청했다. SKT는 CJ헬로 인수를 추진했던 지난 2015년 11월 당시 약 800억원 규모의 공개매수를 진행해 CJ헬로 지분 8.6%를 사들인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SKT의 CJ헬로 인수합병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추가적인 지분 확보 없이 8.6%가 유지되고 있다.
현재 LGU+는 CJ헬로 전체 지분의 50%+1주를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하고 정부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LGU+의 인수가 최종 확정되면 CJ헬로의 지분율은 ‘50%+1주’를 확보한 LGU+에 이어 △SKT 8.6% △세이블 리미티드 6.7% △국민연금 4% △CJ ENM 3.9% △소액주주 등 기타 26.8%로 구성된다.
SKT 관계자는 “시장에 직접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CJ헬로 주가가 하락하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 LGU+에 직접 매수를 제안했다”며 “경쟁사인 SKT가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LGU+의 경영 활동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분 6.7%의 3대 주주인 사모펀드 세이블 리미티드도 LGU+에 서한을 발송해 자사 보유 지분 매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현재 CJ헬로 주주들은 기업 간 인수합병 시 일반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이나 공개매수 등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LGU+의 CJ헬로 인수의 경우 최대주주 지위만 확보하는 방식이어서 소액주주 보호책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날 종가 기준 CJ헬로 주가는 8,190원으로 지난 2015년 SKT가 CJ헬로의 지분을 주당 1만 2,000원에 매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30% 이상 하락했다. 케이블TV 가입자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 이후 CJ헬로의 독자 경영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 가치가 변동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LGU+는 SKT를 포함해 다른 주주의 지분 매입을 진행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U+ 관계자는 “SKT로부터 공문을 받은 것은 맞지만 세부내용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렵다”라며 “현재 인수가 심사 중에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 주식 처리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LGU+는 공식 서한에 대한 답변을 아직 하지 않은 상태다.
CJ헬로를 둘러싼 두 통신사 간의 갈등이 약 10년 만에 정반대로 펼쳐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SKT는 지난 2007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할 때 LGU+가 보유하고 있던 3% 가량의 지분을 매입하지 않았다. SKT는 당시 하나로텔레콤의 최대주주였던 AIG뉴브릿지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39%를 인수한 뒤 2015년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