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칼 회장이 한진그룹 새 총수로 지정됐다. 창업 4세대인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총수에 올랐다. 정보기술(IT)업계 대표주자인 카카오와 HDC(구 현대산업개발)은 자산 10조원을 넘기면서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추가 제재 대상이 됐다. 애경그룹과 다우키움은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서며 공시대상 기업집단(준대기업 집단)에 신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59개 그룹을 지정했고, 이 가운데 10조원 이상인 34개 기업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공시·신고 의무와 함께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제재 대상이 된다. 상호출자제한 집단에 묶이면 순환출자 금지와 채무보증 금지 등의 의무가 추가된다.
◇ 한진 총수 조원태 직권지정=공정위는 ‘내부 의견 불합치’를 이유로 총수 변경 신청서를 내지 않은 한진의 총수로 조원태 회장을 직권 지정했다. 현 시점에서 조 회장이 그룹 의사결정에 지배적 영향력을 가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까지 모두 포함하면 최대주주인 KCGI(강성부펀드)보다 지분율이 높다”면서 “투자와 인사, 업무집행 등 주요 의사결정도 조 회장이 내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LG와 두산 총수는 각각 구광모 회장과 박정원 회장을 지정했다. 구본무 회장과 박용곤 명예회장이 지난해 5월과 올해 3월 별세한 데 따른 것이다. 김 국장은 “구 회장은 지주사인 ㈜LG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이며, 박 회장은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자 두산을 지배하고 있어서 동일인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모았던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존 정몽구 회장을 총수로 유지 시켰다. 공정위는 건강 악화설이 돈 정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의사 소견서 등을 받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볼 수 있지만,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동일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 퇴진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도 총수 지위를 유지했다.
◇애경·다우키움 ‘대기업 집단’ 편입…카카오는 상호출자 제한=올해는 애경(5조2,000억원)과 다우키움(5조원)이 자산 5조원을 넘어서며 새롭게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편입됐다. 애경은 고(故) 채몽인 창업주의 부인 장영신 회장이 총수로 지정됐고, 다우키움은 김익래 창업주가 지정됐다.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그룹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데, 올해는 총 34개 그룹이 포함됐다. 카카오(10조6,000억원)와 HDC(10조6,000억원)는 자산 기준을 넘어서며 새롭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편입됐다. 메리츠금융과 한진중공업, 한솔은 자산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공시대상 기업에서 제외됐다. 재계 서열은 삼성·현대차·LG·SK·롯데로 이어지는 지난해 순위가 유지됐다. 다만 지난해 8위였던 한화가 GS를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된 그룹사 소속 계열사는 총 2,103개로, 지난해 2,083개보다 20곳 늘었다. SK에서만 계열사가 10개 늘었고, 한국타이어와 KT가 각각 8개와 7개씩 늘었다. 이들 기업의 전체 자산 규모는 2,03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73조원 늘었다. 매출액은 1,422조원으로 같은 기간 62조5,000억원 불어났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100조2,000억원에서 92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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