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 떡볶이를 라면과 조미김 못지않은 글로벌 K푸드로 키우겠습니다.”
‘무꼬뭐꼬 떡볶이’를 생산하는 전명종(36·사진) 그루나무 식품부문 대표는 15일 서울경제와 만나 “제품 수출을 확대해 떡볶이를 진정한 K푸드 반열에 올려놓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꼬뭐꼬 떡볶이는 중소기업 제품이지만 떡볶이 애호가들에게는 대기업 제품보다 더 유명하다.
이름부터 특이한 ‘무꼬뭐꼬 떡볶이’가 탄생한 것은 지난 2012년. 김동근 대표가 떡과 양념, 어묵을 한 박스에 포장해 집에서 쉽게 해먹을 수 있는 방식의 이 제품을 처음 고안해 냈다. 당시만 해도 마트에서 떡 따로, 양념 따로, 어묵 따로 사야 집에서 떡볶이를 해먹을 수 있었다. HMR(Home Meal Replacemnt)란 용어가 일반화된 지금 시점에서 보면, 무꼬뭐꼬는 HMR 떡볶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무꼬뭐꼬 떡볶이 ‘스타일’도 특이했다. 겉 포장에 옛날 교복을 입은 학생들 사진이나 맨땅에서 구슬치기 하는 옛날 아이들 그림을 넣었다. 포장을 뜯고 안내된 조리법대로 만들고 나면 국물이 흥건하다. 현재 가정조리 떡볶이의 대세로 자리 잡은 ‘옛날식 국물 떡볶이’ 콘셉트를 창조한 것 또한 무꼬뭐꼬다. 출시 이후 소셜커머스 등에서 대박이 났고 식품 분야 대기업들이 HMR 국물 떡볶이 시장에 모두 뛰어든 지금도 이 분야 인지도 1위 브랜드는 무꼬뭐꼬다. 중소기업이 창조한 콘셉트를 대기업들이 앞다퉈 쫓아오고 있는 셈이다.
전 대표는 2015년 그루나무에 합류해 이 회사 식품 부문을 맡아 떡볶이를 세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김 대표는 현재 화장품 등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전 대표의 ‘떡볶이 세계화’ 목표는 허언이라고 할 수 없다. 전 대표는 “올해 3월 1억원 어치 떡볶이를 수출했고 올해 수출 목표는 10억원”이라면서 “지난해 매출은 수출 포함 27억5,000만원이었는데 올해 목표는 수출 호조에 따라 35억원으로 상향했다”고 말했다.
무꼬뭐꼬 떡볶이도 조미김처럼 처음엔 해외 한인을 타깃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2014년 미국의 한인 슈퍼마켓 체인 ‘H-마트’와 계약하고 미국 전용 제품을 만들었다. H-마트의 제안에 따라 미국용 제품은 브랜드 콘셉트를 더 촌스럽게 잡았다. 제품명은 ‘덕복희 여사’. 겉 포장엔 1960년대식으로 앞치마를 입고 머리에 두건을 쓴 여성 그림을 넣었다. 재미 한인들의 반응이 좋아 2014년 5월부터 최근까지 매달 컨테이너 하나 분량을 수출했고 최근엔 중국 도매상과 베트남 편의점으로 수출 판로를 넓혔다.
전 대표는 그루나무 합류 이후 ‘더 간단히 조리할 수 있고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떡볶이’를 목표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떡볶이를 라면과 같은 글로벌 K푸드로 키우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온 제품이 ‘뽀로로 떡볶이’다. 컵라면처럼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1분만 돌리면 먹을 수 있다.
“3~8세 아이들을 타깃으로 만든 제품인데 지난해 연말부터 아동 유튜브 채널들에 소개됐습니다. 어떤 동영상은 2억 9,00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입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연락이 옵니다. 중국·베트남 외에 일본·호주·싱가포르·대만과 수출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요.”
무꼬뭐꼬의 인기 비결은 뭐니뭐니해도 맛이다. 대구에 공장과 연구소가 있다. 전 대표는 “고춧가루도 매운 정도가 계절마다, 지역마다 다르다”면서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해 고춧가루를 계절마다 바꾸고 양념 배합비도 조절하는 등 맛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고 말했다. 떡도 퀄러티 유지를 위해 첫 출시 때 납품받은 곳에서 아직도 조달하고 있다. 전 대표는 무꼬뭐꼬의 고향이 대구인 점도 은근히 자랑한다. 그는 “대구는 떡볶이의 성지(聖地)이자 전쟁터”라며 “이런 곳에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태어난 떡볶이인 만큼 하청 공장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드는 대기업 떡볶이가 절대 따라오지 못할 맛을 낸다”고 말했다. 무꼬뭐꼬 떡볶이는 2~3인분 분량 한 팩에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5,000원 선에 살 수 있어 가격 면에서도 큰 부담이 없다.
전 대표는 과거 연세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를 마치고 국책연구소에서 일하며 유학 준비를 하던 사람이다.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대표는 “많은 젊은이들이 안정된 미래를 원하지만 저는 사업에서 보람과 재미를 느꼈다”면서 “박사학위 취득은 언젠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 한국 음식 모두 맛있지만 HMR에선 간편화와 대중화가 세계화의 핵심”이라며 “무꼬뭐꼬와 뽀로로 떡볶이로 신라면 버금가는 글로벌 히트 상품 신화를 써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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