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3년 창립 이후 노벨상 수상자만 29명을 배출한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의 로버트 H 싱어 자넬리아캠퍼스 선임연구원은 16일 ‘서울포럼2019’에서 연구자들의 독립성 확보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연구자는 기금 모집이나 교수직, 행정 업무 등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과학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HHMI 자넬리아캠퍼스의 경우 구상 단계부터 과학자들이 온전히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캠퍼스 안에서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주거 시설과 식당을 갖추고 캠퍼스 건물의 벽을 주로 유리로 만들어 과학자들의 영감을 키우고 투명하게 서로를 지켜보며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싱어 연구원은 “한국 과학자들은 우수하다”며 “이들이 우수한 성과를 내기 위해 20억달러(약 2조3,800억원) 정도의 점진적인 투자를 하면 ‘한국판 자넬리아캠퍼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에 이어 주제강연에 나선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 총장은 한국의 이상적인 기초연구 투자 방법에 대해 “소분야 20~30개에서 세계 1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초연구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 총장은 올 4월까지 국내 최대의 민간 과학 학술기금 지원기구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을 맡아 한국 기초연구 지원에 앞장서왔다.
국 총장은 “선진국들은 새로운 산업 방향을 제시하는 효과를 기대하며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반면 한국은 투자의 당위성만을 갖고 투자해왔다”고 비교했다. 이 때문에 일부 분야에만 과도한 지원이 이뤄져 분배에 대한 연구자들의 불만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논문의 질은 떨어지고 특허 수는 많지만 새 기술 분야를 열 ‘브레이크스루’ 특허는 부진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HHMI처럼 하고 싶어도 한국에서는 그만한 과학자 풀(Pool)이 없다”며 “세계 연구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소분야라도 세계에서 1등을 할 사람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광우·이경운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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