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와 지난 5년간 진행한 생명공학 분야 연구개발(R&D)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놀라운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포럼 2019’ 개막 이틀째인 16일 ‘사업화 없는 R&D는 허상이다’라는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에서 강연을 진행한 찰스 리 잭슨랩유전체의학연구소장은 “삼성과 포스코·아모레퍼시픽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초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이미 결실을 거둔 곳이 있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며 “호황기를 맞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민간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학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리 소장은 지난 2004년 인간유전체가 ‘단위반복변이’로 인해 4~5%나 다르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석학이다. 유전자 변이에 관한 꾸준한 연구의 성과와 공로를 인정받아 호암상, 글로벌 인베스티게이터상, 톰슨로이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이끄는 잭슨랩은 1929년 미국에 설립된 세계 최대 동물 질병 모델 연구소로 지금까지 2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현재는 개인에게 맞춤화된 약을 제조할 수 있는 유전자 디지털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리 소장은 밝혔다.
유전공학이 호황기를 맞은 지금 리 소장이 우려하는 것은 윤리성 논란이 R&D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리 소장은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논란이 된 중국인 과학자 허젠쿠이의 사례를 들며 “유전자 정보가 남용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함께 세션 강의를 맡은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대학 연구기관이 정부나 기업과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국내 대학의 R&D 비용 규모는 높은 편이지만 특허 활용 비율은 30%대로 낮다”며 이는 산학협력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특히 산업계가 대학·공공연구기관 기술에 대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김 총장은 “기업이 평가자나 구매자 역할에 그치지 말고 대학과의 공동연구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이익을 달성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윤희·백주원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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