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콩을 피부에 양보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콩의 성분이 스트레스성 피부 기능장애를 방지하고 어느 물질보다도 수분 충전에 탁월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때아닌 ‘콩 화장품’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동물성 원료의 제품을 배제하는 ‘비거니즘(Veganism)’ 트렌드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긴다.
아모레퍼시픽(090430) 기술연구원은 최근 콩의 탁월한 기능을 세계피부연구학회의 연례 학술대회에서 소개했다. 콩에서 찾은 ‘쿠메스트롤(coumestrol)’이라는 물질이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장벽 기능장애를 막아준다는 내용이다.
스트레스는 정신적 질환은 물론 노화와 건조, 색소침착 등을 유발한다. 특히 콩팥의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피부 장벽을 무너뜨리는 주범인데 피부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르티손(cortisone)’ 호르몬을 코르티솔 호르몬으로 전환시키는 효소를 증가시켜 피부 내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를 높인다.
아모레퍼시픽은 10년간의 연구 끝에 쿠메스트롤이 코르티솔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관련 연구를 이어가 안티에이징 제품에 적용하고 출시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콩 성분 유래 화장품의 특징은 낫토처럼 쫀득한 제형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명 ‘킹콩 세럼’으로 불리는 프리메라의 ‘와일드 씨드 퍼밍 세럼’이다. 이 제품은 단백질이 풍부한 검정콩 유래 낫토실을 함유해 피부도 쫀쫀하고 탄탄하게 감싸준다. 프리메라 관계자는 “거친 환경을 이겨내는 야생콩 씨앗의 생명력에 주목하고 6년간의 연구를 거쳐 강인한 에너지의 납작콩을 찾아내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부 보습력도 높여준다. 청국장과 낫토 같은 콩 발효 식품에 함유된 기능성 고분자 물질은 현재 화장품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히알루로산보다 많게는 10배 가까이 보습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잇츠한불은 새로운 미생물을 통해 이 같은 성분을 개발할 수 있는 특허를 취득했다.
이날 연세대학교 연세생활건강도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연세 더마랩 소이’를 론칭하며 콩 추출물을 주원료로 한 제품을 선보였다. 돌콩과 완두콩, 쥐눈이콩 등 콩 추출물과 자체 연구·개발한 발효두유액을 함유했으며 피부에 자극이 덜하다. 주요 제품은 썬크림과 페이셜 소이크림, 핸드워시 등으로 구성됐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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