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과연 경영 정상화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까. 노사가 11개월 만에 임금 및 단체협약관련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후속 수출 물량 확보, 판매 부진 등의 꼬인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전날부터 진행된 밤샘 교섭 끝에 이날 새벽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내놓았다. 노사 모두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서로 한발씩 물러선 결과다. 오는 21일 진행되는 노조 찬반 투표에서 잠정안이 통과되면 11개월 동안 지속된 르노삼성 임단협은 최종 타결된다.
합의안에 따르면 기본급은 동결된 대신 보상금 100만원과 중식대 보조금 3만5,000원이 인상됐다. 성과급은 총 1,076만원에 합의됐다. 여기에 이미 지급된 생산격려금(PI) 300%(600만원)를 포함하면 총 1,776만원을 받게 된다. 임금 협상과 함께 쟁점이었던 근무 강도 완화와 전환배치 노조 동의 부분에서도 노사는 일정 부분 양보했다. 직업훈련생 60명을 추가로 고용하기로 했으며 주간조의 중식시간을 기존 45분에서 60분으로 15분 더 늘렸다. 사측은 또 올해 안에 현장 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설비를 마련하는 데 10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근무강도개선위원회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노조 측이 강력하게 요구한 전환 배치의 노조 동의 부분도 노사 양측이 전환배치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단협상에 문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노조 투표를 통해 최종 타결이 되면 유럽 수출 물량 확보 등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노사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낸 만큼 최종 타결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사 갈등이 지속돼 르노 그룹의 글로벌 물량 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경우 자칫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노조 내부의 ‘투쟁’ 동력도 상당히 약화됐다고 회사 안팎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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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최종 타결될 경우 르노삼성은 경영 정상화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당장 유럽 수출 물량을 따와야 한다.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의 위탁 계약이 올해로 종료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수출 물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올 초까지 르노삼성의 부산 공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지만 노조의 파업으로 스페인의 바야돌리드 공장이 대안으로 부상해 현재로는 낙관할 수 없다. 아울러 북미 지역에서 벗어나 유럽이나 아시아·중동 등지로의 수출 지역 다변화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 3월 르노삼성이 기존 르노그룹의 ‘아시아-태평양’ 본부에서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 지역본부’로 재편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수 판매 회복도 발등에 떨어진 불. 올해 르노삼성은 4월까지 총 5만2,930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8만7,906대)보다 40%가량 판매량이 감소했다. 다만 르노삼성의 존립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히 걷힌 만큼 반등을 기대해봄 직하다. 르노삼성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M3’를 출시하고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XM3’ 출시와 함께 노후화된 라인업을 재편하는 게 시급하다는 평가가 많다.
노조와의 신뢰 회복도 선행돼야 한다. 지난해 임단협을 여태 끌어온 탓에 정작 올해 임금협상은 시작하지도 못했다. 하반기에나 구체적인 움직임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어렵게 타결을 앞둔 만큼 노사 양측 모두 후속조치에 대한 성실한 이행이 필요하다”며 “노사 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자칫 회사존립이 핀치로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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