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무역전쟁 중인 미국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실제 지난 3월 중국이 2년 반 만에 최대 규모의 미 국채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미 국채를 투매할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보유 비중을 계속 줄이면서 경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올 3월 중국이 미 국채 204억5,000만달러(약 24조3,170억원)어치를 매각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중국이 한 달 동안 미 국채를 매각한 규모로는 2016년 10월 이후 최대다.
이에 따라 3월 말 현재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전월보다 104억달러 줄어 2017년 5월 이래 최저 수준인 1조1,205억달러로 줄었다.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미 국채를 매각해왔으나 무역전쟁 휴전 기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는 3개월 연속 미 국채를 다시 사들였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지난해 매수는 외화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있어 미 국채만 한 자산이 없다는 지적의 근거가 됐지만 이번에 재매각에 나서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듯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 비중은 올해 3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해 2006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17.3%까지 떨어진 상태다.
특히 최근 무역전쟁이 격화해 양국이 다시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면서 무역량에서 불리한 중국이 핵심 보복 카드의 하나로 미 국채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양국 간 관세전쟁에 불이 붙은 것은 이달 들어서지만 중국이 지난해 이후 꾸준히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점이 보복 카드로서의 국채 매각 경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중국이 보유하는 미 국채의 대량 매도가 현실화하면 미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시중금리가 치솟으면서 미국 경제는 타격을 입게 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중국이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채 가격이 내려가면 중국의 보유외환 자산가치도 급감하면서 중국도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중국에 있어 ‘미국 국채 매도’는 자기 파멸적인 핵 옵션”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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