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는 통역 임원이 있습니다. 외국인 임원이 많아 대부분 회의는 통역으로 진행됩니다. 쿠팡 이름은 이제 카카오톡만큼이나 친숙하지만 검은 머리 외국계 기업인 셈이죠.” e커머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쿠팡 옹호론자들은 쿠팡 때문에 국내에서 영업하는 기업도 해외에서 조 단위 투자가 가능해졌음을 쿠팡이 증명했다고 말한다. 쿠팡이 성공해야 한국판 유니콘 기업의 성공모델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맞는 말인 동시에 틀린 말이다. 실제 쿠팡이 지난 2010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글로벌 금융자본이 쿠팡에 투입한 돈만 4조원이 넘는다. 쿠팡은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LLC가 쿠팡 지분 100%를 가진 완전한 외국계 기업이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투자라는 면에서는 그래서 틀린 말이다. 쿠팡에는 통역 임원이 존재한다. 외국인 임원이 100여명에 달하다 보니 쿠팡은 회의를 통역사를 통해 진행한다. 자본은 외국계지만 국내 고용을 책임지고 있으니 자본의 국적을 탓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쿠팡의 영속성이다. 쿠팡은 과연 한국판 아마존이 될 수 있을까. 쿠팡의 계획된 적자는 내부에서는 거의 종교에 가깝다. 지금은 파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탄알을 걱정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조 단위의 자금살포를 고려하면 쿠팡의 점유율 성장은 아직은 약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e커머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 단위의 자금을 살포한 것치고는 쿠팡의 점유율이 두려울 정도는 아니다”라며 “조 단위 투자에도 아직 10% 문턱도 넘지 못한 게 의아할 정도”라고 했다. 쿠팡의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거래액 기준(약 8조원)으로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111조9,839억원)의 약 7%다. 미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약 43%(2017년)를 차지하는 아마존과 시장 지배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쿠팡은 2017년 매출 2조6,000억원대에서 지난해 4조4,227억원, 올해는 6조원 이상, 내후년에는 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만큼 손실도 비례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손실이 조금도 줄지 않는 매출 증가는 끊임없는 투자가 있지 않은 한 한계가 빤하다는 자조 섞인 예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20억달러를 투자한 것은 쿠팡을 제외한 e커머스 업계와 온·오프라인이 그대로 있다는 전제하에 성립되지만 이미 경쟁자들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짧게는 내년 말, 또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꿈을 팔 수 있을까.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