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금융권과 첫 만남에서 연대보증과 은행 이자수익이란 이 업권의 가장 민감한 화두를 꺼냈다. 정부가 2022년까지 폐지하기로 연대보증은 민간에서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갈수록 경기가 나쁜데, 은행 이자수익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영선 장관은 20일 서울 신한디지털캠퍼스에서 연 금융지원위원회에 참석해 “연대보증 폐지와 관련해 우려됐던 정책금융기관의 소극적인 금융행정 문제가 크지 않았다”며 “금융계 전체로의 확산을 위해 금융업계의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위원장인 금융지원위원회는 민관이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협의체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 측에서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 권인원 금융감독원 부원장,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김현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부이사장 등이, 은행권에서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 등 민관을 대표한 인사(위원회 위원) 25명이 참석했다.
정부는 2012년부터 정책금융기관에서 이뤄지는 연대보증 폐지에 착수, 지난해 4월 신규 대출 ·보증에 대한 연대보증까지 폐지 범위를 넒히고 있다. 2022년까지 기존 대출·보증의 연대보증도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신용 ·담보 대출의 연대보증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정부가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이기에 박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민간에 자발적으로 검토를 요청한 것이다.
특히 박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회의는 연대금융폐지, 자영업자 지원, 스마트 공장 확산이 다뤄질 예정”이라며 “연대금융은 금융권의 기업가 정신 고취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국내은행 순이익이 10조원을 넘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 공장의 생산성 향상에 금융권도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공장을 위해 기업들은 시설자금이 필요하고 장기대출을 원한다”며 “최근 국내외 환경 불확실성이 크다. 자금의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권은 올해 1·4분기 이자이익이 10조1,000억원으로 4분기 연속 10조원대를 유지했다. 은행권에서는 예대마진이 줄어든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경제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은행권만 ‘이자장사’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박 장관의 발언은 이런 분위기를 금융권에 전달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박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과감한 재정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문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일단 금융권은 중소기업의 자금 활로 정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박 장관의 요구에 부응했다. 신용보증기금과 6개 시중은행은 2,500억원 규모의 매출채권보험을 통한 담보대출 업무협약을 맺었다. 중소기업은 납품대가로 외상매출채권을 받은 경우가 만기가 도래하기 전 매출채권보험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또 ‘제 2벤처 붐’을 확산하기 위해 기술보증기금과 6개 은행은 1,000억원 규모 예비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박 장관은 “중소기업계의 의견이 민간금융의 정책전환을 위한 모멘텀이 되길 바란다”며 “어느 때보다 민관의 협력과 자금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소상공인, 창업기업, 성장기업을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에 나서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장관은 은행 최대 이익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입장에서 ’비올 때 우산뺏기‘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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