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채무와 관련해 야당 대표 때와 다른 입장을 나타내 논란이 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야당 시절 ‘재정건전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당이 된 후에는 태도를 바꿔 관련 논의를 접어둔 채 되레 재정을 더 풀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 12월 재정건전화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2년 반 넘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역시 제때 이 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당의 김영춘·남인순·박주민·설훈·유은혜·우원식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범여권 39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이 법안은 신규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 이하로 제한하고 나랏빚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전략위원회’를 국회 내에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5월 여야가 바뀌면서 법안은 2년6개월째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야당은 격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기재위 소속 박명재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한다고 관련법까지 발의하더니 여당이 돼서는 입을 꽉 닫고 있다”며 “무분별한 재정확대로 후손에게 빚만 안겨줄까 우려된다. 재정건전성 관리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단순히 적극 재정만 펼치는 게 아니라 지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언급도 했다”고 전했다. 적정 국가채무 비율을 놓고 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간에 이견이 표출됐다는 주장이 나오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태규·양지윤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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