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공적연금 운용 개입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OECD 회원국 중 자국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서 의결권을 보유한 17개국의 공적연금 제도 지배구조와 의결권 행사 방식을 분석한 결과 현직 장관이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장인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또 한경연은 보유주식 의결권을 정부 부처 영향 아래 있는 공적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직접 행사하는 경우도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기금운용위는 기금조성 주체의 대표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사정 또는 노사 대표로 구성하는 유형과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산운용 전문가들만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유형이 있다. 노사정 대표들로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하는 국가는 폴란드, 핀란드, 프랑스, 한국 등 4개국인데 이 중 한국만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현직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다. 이외 일본, 폴란드, 스웨덴, 프랑스, 핀란드 등은 국내 기업 경영에 공적연금이 간섭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결권 행사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고 있으며 기금운용위가 없는 멕시코와 칠레는 개별 민간위탁운용사들이 의결권을 행사한다. 또 지배구조가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있는 덴마크,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7개국은 의결권을 기금운용위원회가 직접 행사한다.
한경연은 공적연금의 기업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 제한 장치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 일본,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 등은 공적연금이 개별 기업 경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기업 주식 보유 한도를 설정하거나 의결권 직접 행사를 금지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아일랜드 국가연금준비기금(NPRF)은 회사 지배가 가능한 비중의 주식 보유를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공적연금(GPIF)은 단일 기업 발행 주식에 대한 투자 한도를 기금의 5% 내로 제한하고 있고 기업별 주식 보유 한도도 5%다. 아울러 GPIF는 주주권 직접 행사를 금지하고 위탁운용사가 간접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또 프랑스 정부 연기금(FRR)은 FRR감독위원회가 사전에 설정한 의결권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민간위탁운용사의 투자매니저들이 주총에서 체계적으로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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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권 행사에 별다른 제한장치가 없다. 특히 지난 2018년 하반기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후로는 오히려 주주권 행사를 더욱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비교를 통해 한경연은 한국이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이 보유 중인 주식을 활용해 정부가 국내 기업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공적연금은 가입자들이 미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내는 보험료로 기금이 조성되는 만큼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을 막고 전문가에게 기금 운용을 맡겨야 한다”며 “OECD 주요국들의 사례에서 확인한 것처럼 공적연금이 기업을 직접 지배할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견제장치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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