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식당인 ‘함바’ 업계 브로커 유상봉(73)씨가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돈을 줬다”며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원 청장은 금품수수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 일부에서는 검·경 수사권조정을 앞두고 검찰이 경찰 흠집 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4월 원 청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담은 유씨의 진정서를 접수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해당 진정서에는 유씨가 지난 2009년 원 청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액수는 특정되지 않았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원 서울청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그는 이날 오전 문자메시지를 통해 “여러모로 민감한 시기에 다른 오해가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입장을 간략히 말씀드린다”며 “금품수수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무고죄로 강력히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씨는 지난 2010년 이른바 ‘함바비리’ 사건에서 유력 인사들에게 함바 사업 수주나 민원 해결을 청탁하면서 뒷돈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유씨로부터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2년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과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조정 법안에 반발하는 검찰에 대해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민감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 공개되는 게 적절했는지는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유씨가 교도소에 계신 것으로 아는데 거기서 공개했나”며 우회적으로 검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검찰 고위직에 대한 고발사건을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민 청장은 “고소·고발인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며 “법에 정해진 일련의 절차에 따라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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