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004800)티앤에스(TNS)가 진행 중이던 기업공개(IPO)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떠밀리듯 IPO를 추진하게 된 주요 요인이었던 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출 여지가 있고 실적 또한 크게 개선되면서다. 오너일가 등의 지분도 많고 효성그룹 내 알짜회사여서 IPO의 득실을 더 따져 본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해석이다.
21일 IB 업계에 따르면 효성TNS는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와 논의 중이던 IPO 추진을 잠정 중단했다. 이달 초 이 회사는 증권사에 밸류에이션 평가를 문의하는 등 상장작업에 돌입한 바 있다.
효성TNS는 금융화자동기기(ATM)를 만드는 효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한 곳이다. 오너일가와 지주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탓에 효성TNS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규제 이슈에 떠밀려 상장을 검토해왔다.
신중론으로 기울게 된 가장 큰 요인은 해외매출의 증가다. 지난해 해외매출은 2,425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이상 늘었다. 이에 힘입어 효성TNS의 매출액(7,250억원)이 19.83%가 늘고 영업이익(438억원)은 98%나 급증했다. 올 1·4분기 실적도 좋다. 매출 1,870억원, 영업이익 101억원을 기록했다. 대형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와 지주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알짜회사의 IPO는 고위 경영층의 득실판단에 따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효성TNS는 매년 300억~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알짜회사”라고 설명했다.
해외 부문의 매출 증가로 내부 거래 비중을 낮출 여력도 커졌다. 효성TNS의 내부거래 매출은 1,38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9% 수준이다. 공정위 규제 가이드라인인 12%를 다소 넘었지만 LG CNS 등 다른 그룹의 SI 회사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라는 판단이다. 해외매출이 늘어날 수록 내부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효성의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조현준 회장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조현문 변호사가 지분 14.13%를 확보하고 있는 점도 상장 계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한다. 조 회장과 그의 동생인 조 변호사, 조현상 그룹 총괄사장 등 3형제는 효성TNS의 지분을 각각 14.13%씩 보유하고 있다. 상장과정에서 조 변호사의 지분 처분 여부 및 방법 등도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
한편 효성그룹 측은 IPO 잠정 중단에 대해 “효성TNS의 상장은 과거부터 논의된 이슈”라며 “실적이 좋고 내부거래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시장 상황 등을 살피며 다양한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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